오피니언 사설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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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삼성전자가 2010년까지 25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만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극심한 투자 위축과 일자리 부족으로 고민하는 한국 경제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런 기업들이 줄이어 나와야 한국 경제가 산다.

반도체의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엄청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진출 30년간 단일 부문에서 매출 110조원, 이익 29조원의 실적을 올렸다. S램 등에서는 세계 1위, 비메모리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는 인텔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을 반도체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수출 2000억달러도 이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경이적인 성과는 이 회사 리더십의 집념과 비전, 결단력의 결과요, 종업원들의 한결같은 열정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실증적으로 보여준 예다. 기업에 대한 이중삼중의 규제와 정치권의 견제 속에서도 우리 기업은 자기 노력으로 이렇게 성장했고, 나라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우리를 먹여살리고 있는 기업들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의 현재 모습은 어떠했을까를 상상해 보라.

한국 경제는 기로에 서있다. 미래는 극히 불투명하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10년, 20년 뒤에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제2, 제3의 삼성전자 그리고 제2, 제3의 반도체가 나와야 한다. 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소신껏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인들이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기업인의 손발을 묶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반기업 정서로 기업을 압박하고, 대기업이란 이유로 뒤에서 발목 잡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투자와 활력, 그리고 기업인의 창의성에 달려 있다. 그들을 마음껏 뛰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