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이라크 파병 연장 결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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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된 지 3개월 만이다. 벌써 파병을 연장해 줄 것인지를 국회에 다시 물어야 할 때가 됐다. 당초 파병 기간을 1년 정도 예상했으나 파병이 늦게 실시되는 바람에 3개월 만에 국회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올해 2월 이라크 파병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국민의 여론은 지지와 반대로 들끓었다. 그러나 유엔 결의와 이라크 과도정부의 요청이 있었고 한국군이 이라크의 평화재건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파병이 결정됐다.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미국의 지지, 이라크 등 중동으로부터 안정적 석유공급의 전망을 보고 파병을 결정했던 것이다. 우리 국내의 정치적 사정과 김선일씨 피살사건 등으로 파병이 늦춰져 오다가 8월 파병을 시작해 9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 아르빌에 정착했다.

이라크에 파병한 이후 우리와 미국을 비롯한 영국.일본.폴란드 등 파병국들 간에 파병외교가 활성화되고 있다. 한.미동맹 관계도 정상화됐고 한.미 양국 정상은 북한 핵에 대한 평화적 해결에 대해 재삼 확인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영국을 국빈 방문해 이라크에 대한 파병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대표들이 미국을 방문해 파병의 무기한 연장에 동의하겠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했으며, 1년이 되는 지금 내각에서는 파병 연장을 결의하고, 의회에 통고만 하게 돼 있다. 미국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이라크의 지속적인 안정화와 민주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파병 이후 한국의 대(對)중동 외교도 활성화하고 있다. 이라크 과도정부와의 관계 개선은 물론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레바논 등과도 외교활동이 가일층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관계 증진에 힘입어 우리에 대한 중동의 석유공급이 원활해짐은 물론 앞으로 이라크에서의 건설사업과 원유분야에 대한 특수가 기대된다.

물론 이라크 내부의 테러 양상과 종족 간 갈등으로 인해 정세가 불안하지만 대다수는 이라크의 치안이 안정돼 내년에 총선을 거쳐 새로운 민주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라크 국민은 내년에 탄생할 민주적인 정부가 후세인의 독재와 두 번에 걸친 전쟁의 폐해를 말끔히 씻고 국민에게 자유와 경제건설을 가져다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이때 한국을 비롯한 파병국들의 평화건설에 대한 기여는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라크 국민은 어려울 때의 친구로서 한국을 기억하고 앞으로 중동에서 동반자로서 대접하게 될 것이다.

한국군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인 아르빌 현지의 평화재건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현지 여론은 한국 최고, 자이툰 부대 최고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의 평화유지군은 동티모르에서 새마을운동을 성공적으로 전수시킴으로써 '다국적군의 왕(말라이 무틴)'이란 별명을 얻었다. 서희.제마부대는 이라크에서 공병.의무활동을 잘 수행함으로써 "쿠리(한국) 넘버 원"이란 칭찬을 받은 바 있다. 서희.제마부대의 자이툰 부대 합류로 자이툰 부대는 아르빌에서 명실공히 의료.교육.정비의 세 가지 차원에서 민사작전을 이제 막 수행하고 있다.

이런 자이툰 부대가 우리 국회의 파병 연장 결의를 통과해야 되는 사정을 알고, 이라크 과도정부의 알라위 총리가 공식 서한으로 우리 정부에 파병 연장을 요청했다. 만약 파병 연장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와 미국, 중동국가들과의 관계는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가 처음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연장을 결의해야 할 것이다. 이왕 파견한 김에 안정감을 가지고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 나아가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파병은 전 국민의 지지 속에 연장되는 게 필요하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