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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전문가 의견 듣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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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 구간에 대해 환경단체가 요구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문제는 천성산 아래에 고속철이 통과하는 터널을 뚫을 경우 위에 있는 늪의 물이 말라 도롱뇽 서식 환경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환경단체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지질.토목 및 환경전문가들은 늪이 멀리 떨어져 있어 터널을 뚫어도 도롱뇽 서식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천성산의 경우도 공사 중단으로 인한 공사비 160억원과 고속철 준공 지연에 따른 물류비 증가분 2조원 등 엄청난 예산이 추가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경위야 어찌 됐든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고 공사는 즉시 재개돼야 한다.

이번 법원의 기각 결정을 보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동의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책사업 지연으로 인한 부담을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말 마감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사업도 별 성과 없이 갈등만 남긴 채 종료됐다. 지난 18년간 부지 선정을 위해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이 역시 이 방면의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결과라고 본다. 조만간 발효될 교토의정서, 석유와 석탄가격 인상 등에 대비해 선진국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속속 발표하는데 우리는 십여년 전 시작한 사업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질서는 냉혹하다.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신뢰 사회 구축이 시급하다.

허근.서울 동작구 상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