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도롱뇽의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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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여름에도 수온 15도

안팎의 차고 맑은

초일급수에만 사는

나는 꼬리치레 도롱뇽.

2년 전 산아래

사람들 등쌀에 밀려

'도롱뇽 소송'의 원고가 된

길이 20㎝도 채 못 되는

양서류랍니다.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문제의 그곳에서

대대로 살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발과 보존이 대립하고

양보와 상생이 사라지면서

나는'천성산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의

원고가 되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지율 스님의 단식,

공사 중단으로 인한

연간 2조원의 손실,

법원이 내린 기각결정 두 번.

환경단체는 법원의 결정을

'국책사업 무조건 편들기'

라며 반발하고,

개발론자들은 이를 두고

공정한 판단이었다며

두둔하니 또다시 지루한

전쟁이 시작되는군요.

96일 만에 공사가 재개되니

이젠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네요…

불리한 법은 다 고치려나…

하지만 타당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내린 결론을

존중하며 사는 것, 그것을

초일급 청정수만큼이나

보존하는 세상은

언제나 올까요?

그리고 그날이 올 때까지

제발 날 좀 내버려둬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부산고법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리자 소송을 냈던 '도롱뇽의 친구들' 등 환경단체들은 이에 불복,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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