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수온 15도
안팎의 차고 맑은
초일급수에만 사는
나는 꼬리치레 도롱뇽.
2년 전 산아래
사람들 등쌀에 밀려
'도롱뇽 소송'의 원고가 된
길이 20㎝도 채 못 되는
양서류랍니다.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문제의 그곳에서
대대로 살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발과 보존이 대립하고
양보와 상생이 사라지면서
나는'천성산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의
원고가 되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지율 스님의 단식,
공사 중단으로 인한
연간 2조원의 손실,
법원이 내린 기각결정 두 번.
환경단체는 법원의 결정을
'국책사업 무조건 편들기'
라며 반발하고,
개발론자들은 이를 두고
공정한 판단이었다며
두둔하니 또다시 지루한
전쟁이 시작되는군요.
96일 만에 공사가 재개되니
이젠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네요…
불리한 법은 다 고치려나…
하지만 타당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내린 결론을
존중하며 사는 것, 그것을
초일급 청정수만큼이나
보존하는 세상은
언제나 올까요?
그리고 그날이 올 때까지
제발 날 좀 내버려둬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부산고법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리자 소송을 냈던 '도롱뇽의 친구들' 등 환경단체들은 이에 불복,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