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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사무실에 비서 서비스 비즈니스센터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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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자유치 컨설팅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상훈(50)씨는 1월 초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빌딩 22층의 IBK비즈니스센터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6평짜리 사무실의 월 임대료가 3백50만원으로 비싼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한번 둘러보고 선뜻 입주를 결정했다. 책상·전화 등 웬만한 집기·비품이 갖춰져 있는 데다 비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컴퓨터와 서류가방 몇개만 들고 간단하게 이사를 끝냈다.
'맞춤형 사무실'을 임대하는 비즈니스센터업이 인기다. 1984년 첫 선을 보인 이후 꾸준히 늘어나 현재 서울 광화문·여의도·테헤란 밸리를 중심으로 9개 회사가 성업 중이다. 2000년 이후에만 3개가 생겨났다. 적게는 10개, 많게는 77개의 사무실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회사의 입주율은 90% 안팎이다.
이들 센터의 주요 고객은 외국기업의 한국지사다. 한국 진출 초기단계에서 정식 사무실을 마련할 때까지 6개월~1년 정도 단기간 머물기 위해서다.
피봇포인트 차행희 실장은 "외국인들이 건물주를 직접 만나 전세계약을 하고 책상·비품을 구입해 준비를 마치려면 한달 이상 걸리지만 센터에서는 이같은 번거로움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보기술(IT)관련 기업을 창업하려는 국내 기업인과 대기업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팀도 비즈니스센터의 고객에 합류했다.
이처럼 비즈니스센터가 각광받는 것은 편리함 때문이다. 이들 사무실은 포스코센터·아셈빌딩·무역센터·종로타워 등 지명도 높은 빌딩의 전망 좋은 층에 자리잡고 있다. 인테리어는 호텔수준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시설이 좋은 데다 관련 업체·관공서가 가까이 있어 정보를 얻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 유리하다.
원하는 크기의 사무실을 빌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형빌딩은 일정 규모 이상의 큰 사무실만 임대하지만 비즈니스센터는 3평짜리 1인용 사무실에서 70~80평짜리까지 고객의 수요에 맞게 크기를 맞춰준다.
초기 시설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는 것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다. 위치와 전망·계약기간·면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명이 근무하는 6평짜리 사무실의 경우 한달 임대료가 3백만~4백만원이다. 사무실마다 인터넷 전용선이 설치돼 있고 팩시밀리·회의실 등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IBK 백지윤 실장은 "사무실을 1년 동안 전세로 빌리고 각종 집기 등을 갖추려면 최소 1억원 안팎의 목돈이 들어가지만 예치금을 포함해 2천만원 미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득이하게 사무실을 옮기거나 축소할 때도 계약기간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경기변동에 순발력 있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비서가 업무를 도와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몇개의 사무실이 공동으로 비서를 이용하는데 서류작업은 물론 커피·음료 서비스 이외에 심부름까지 대신 해준다. 직원 한명을 채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즈니스센터 회사들은 더 많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재를 알선하고 홍보·마케팅을 대행함으로써 기업이 빨리 정착하도록 도와주는 인큐베이팅 역할까지 한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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