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계좌 뭉칫돈 주가차익의 일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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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29일 차정일 특검팀에 출두하면서 특검의 수사력은 그의 계좌를 드나든 돈의 정체 파악에 쏠려 있다.

한달 남짓 이어진 그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그와 '이용호 게이트'와의 관련성을 밝힐 단서를 포착한 듯한 표정이다. 이날 오후 李씨의 조사를 시작한 특검팀 관계자는 그의 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에 대해 "李씨의 혐의를 분명히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해 그런 분위기를 강하게 풍겼다.

특검팀은 그러나 아직 돈의 전체적인 규모나 유입된 시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계에서 30년 이상을 일한 사람답게 관리가 철저했다"며 "계좌상에 드러난 것만으로는 돈의 성격 규명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수표나 온라인으로 입금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가 이용호씨에게 부동산(철원 땅)을 시가의 두배로 판 점, 또는 보물 발굴업자들로부터 받은 지분(15%) 등의 대가성을 입증해 일단 그를 구속한 뒤 이용호씨 등으로부터의 또 다른 자금 유입 부분을 추적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용호씨가 李씨의 소개로 해저 보물 발굴사업에 참여했고 李씨의 부동산을 비싼 값에 사들인 정황으로 보아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자금거래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이용호씨가 현직 검찰총장(당시 신승남)의 동생 신승환씨나 대통령의 측근과 친분이 있는 모 방송사 간부에게 금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도 그런 가능성을 크게 하는 부분이다.

특검팀은 특히 李씨 계좌에 유입된 돈이 이용호씨의 계열사 삼애인더스의 주가조작으로 얻은 수백억원 중 일부일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 경우 李씨는 단순히 보물 발굴사업 지원과 관련한 대외 로비만 한 게 아니라 '이용호 게이트'에 '몸통'으로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그 경우 사건의 성격은 정권에 치명상을 주는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고 파문도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특검팀은 이날 李씨의 옛 직장 후배로 그에게 이용호씨를 소개해준 허옥석(수감중)씨도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간, 또는 이용호씨와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세사람의 대질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또 李씨가 2000년 6월 보물 발굴작업에 참여한 S건설의 회사채 2백20억원의 인수 및 보증을 위해 산업은행과 한빛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별도로 조사 중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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