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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나선 의사들 '의료정책 주도권 잡기' 세과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1만여 명의 의사들이 27일 장외집회를 열고 의약분업 철폐를 요구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강경 투쟁을 벌이겠다는 선언도 했다.

이런 집단행동은 정부를 향한 '기선 제압용'성격이 강하다. 올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의약분업을 비롯한 각종 의료정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면서 정부가 의사들의 부당.허위청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 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측면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신상진 회장은 "건보 재정 파탄의 주범이 실패한 의약분업인데 전 국민을 상대로 진료내역을 확인하는 등 의사들을 도둑으로 몰아 국민과 의사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협 최초로 직선제로 선출된 신회장이 지난달 말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으나 큰 호응을 받지 못하자 이번에 세를 과시함으로써 내부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것 같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국회나 시민단체 등이 앞장서 건보 수가(酬價)를 내리려 하자 이에 쐐기를 박자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의료계의 의약분업 철폐 주장의 이면에는 '선택 분업'을 관철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환자가 의료기관이나 약국 중 어느 곳에서든 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은 진료와 조제를 모두 할 수 있게 하고 약국은 간혹 나오는 처방만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의협은 분업의 새 틀을 짜기 위해 의(醫).정(政)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냉담하게 반응하고 있다. 의료계 투쟁이 집단폐업 등 강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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