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첫 외국인 CEO 에커만에 내부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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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오는 31일 회사의 경영구조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는 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유럽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요즘 시끄럽다.

도이체방크는 그동안 경영활동의 핵심이었던 독일의 전통적인 경영이사회(Vorstand)의 인원과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최고경영자(CEO)의 입지를 강화하는 미국식 기업지배구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상법에 따라 경영이사회를 두고 이사 개개인에게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신중한 의사결정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에 비중을 두기로 하고 개혁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오는 5월 CEO에 정식 취임할 요제프 아커만(54.사진)이다. 현재 투자은행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스위스 출신으로 도이체방크의 첫 외국인 경영사령탑이다.

그런 만큼 이번 개편에 대한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토마스 피셔 최고영업책임자(COO)는 이에 반발해 이번 주내에 사퇴할 예정이며, 독일 언론에선 격렬한 찬반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아커만 구상의 궁극적인 목표가 본사를 영국으로 옮기려는 것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도이체방크는 아커만이 책임지고 있는 투자은행 부문을 비롯해 리서치.트레이딩업무 등이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회사측은 런던 이전설을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도이체방크의 개혁은 독일식 기업경영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독일의 HVB그룹도 지난해 10월 경영이사회 권한을 축소하는 식으로 경영구조 개편을 단행한 적이 있다.

한편 31일 발표될 도이체방크 개혁안에 따르면 경영이사회의 인원을 현재 8명에서 5명으로 줄이며, 롤프 브로이어 현 회장이 경영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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