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읍 ·면 지역이 단위농협 조합장 선거 열기에 휩싸여 있다.
상당수 지역은 과열현상이 빚어지면서 당선자가 금품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후유증도 적지 않다.농협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백42곳이 선거를 마쳤고,나머지 37곳은 3월말까지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선거가 이어지면서 농협 조합장 자리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합장은 한마디로 지역 돈줄을 틀어쥔 ‘은행장’이라 할 수 있다.예금을 대출하는 ‘상호금융’과 농기계 구입자금 등 저리의 정책자금을 대출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거래 규모도 만만찮다.조그만 조합도 연간 여 ·수신액이 4백억원,규모가 큰 조합은 1천억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밖에 농자재 공동구매,제품판매,유통,미곡처리장 운영 등 조합의 수익사업인 경제사업까지 합치면 엄청난 돈을 주무른다.
그런 만큼 영향력도 커 ‘유지(有志) 중의 유지’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농협 조합장상’이 있을 정도다.읍 ·면지역 행사때도 빠짐없이 초청받는다.의전 서열은 도 ·시 ·군의회 의원,면장 다음이다.지역에서 세번째인 셈이다.
도시나 읍 지역 조합장은 시장 ·군수와 수시로 만날 정도로 예우를 받는다.급여도 연봉이 4천만∼5천만원에 이른다.
포항의 한 단위농협 간부 김모(42)씨는 “조합장은 파워는 엄청나지만 ‘표’를 준 조합원의 민원이나 요구사항이 많아 식사비 ·찻값 등으로 상당액을 쓰는 탓에 실속은 별로”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른바 농민운동가 출신이 대거 당선된 데다 조합원의 ‘감시’도 심해져 돈을 챙긴다는 것은 이제 옛날 말”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조합장’이 중요한 경력·경륜으로 평가되는 등 ‘무게’는 여전하다.
이를 바탕으로 성주참외조합의 도길환,군위농협의 김휘찬,울릉농협의 정경호 조합장이 각각 성주 ·군위 ·울릉군수 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계로 진출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저마다 조합장 선거에 뛰어들고 있다.평균 1천1백∼1천5백명인 단위 조합 조합원들의 직접선거로 뽑히는 만큼 선거전도 치열해 조합장이나 후보들이 돈을 뿌린 혐의로 구속되는 일도 잦다.
한 단위조합 직원은 “지금도 1억원 이상 돈을 쓰는 후보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돈을 쓰지 않으려 해도 상대후보가 금품을 살포하는 바람에 후보들 모두 돈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홍권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