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올인했는데 … 곤혹스러운 박근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박근혜(얼굴)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0일부터 투표일인 2일까지 줄곧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머물렀다. 전국적으로 쏟아진 지원유세 요청엔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며 고사한 뒤다. 달성에서 박 전 대표는 당 소속 이석원 달성군수 후보를 지원했다. 특히 달성군 전역을 돌며 이 후보 지원에 ‘올인’했다. 이유가 있었다. 무소속 김문오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20%포인트가량 앞섰기 때문이다. 2일 오후 11시 현재 이 후보는 무소속 김문오 후보에게 10%포인트를 뒤졌다.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 혼신의 지원까지 한 마당에 이 후보가 패한다면 박 전 대표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당의 선거도 문제다. 이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에 개입하지 않은 박 전 대표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다. 출구조사에서 당이 고전하고 있는 경남·강원·충북 등은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당의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박근혜’ 없는 선거가 그만큼 어렵다”는 ‘필요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립 성향인 권영세 서울시당 위원장은 “당 주류 측이나 선거에서 아깝게 떨어진 이들은 박 전 대표를 원망하고 비판할 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대표 아니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여론이 일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여권의 ‘오만함’이 한나라당 고전의 직접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세종시 문제 등 박 전 대표가 나서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