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침통 … 민주당 환호 … 선진당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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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일 오후 6시 기존 예상을 뒤엎는 지방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한나라당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고 민주당은 환호작약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3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한나라당 초상집=2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6층 대표실. 한 의원이 문을 열고 나오는 사이로 비친 내부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정몽준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10여 명이 모여 있었지만 누구 하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마치 초상집처럼 침울한 분위기였다. 정 대표는 오후 10시 기자간담회를 예정했지만 연기했다.

대신 TV를 통해 실시간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정 대표 곁에 있던 김 원내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후 6시 지방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당 지도부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압승을 예상한 수도권 뿐 아니라 경남·강원 등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에 한나라당을 지원한 유권자들이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으니 막판에 다소 자만하지 않았나 염려된다”고도 했다.

오후 8시가 좀 넘어 개표가 시작된 뒤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상황이 비슷하게 가자 당내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졌다.

◆민주당 축제 무드=이날 밤 서울 영등포 민주당 당사 종합상황실을 지키던 당직자 30여 명은 상기된 표정 속에 숨을 죽이며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 열세로 나타났던 서울을 비롯해 강원·충남·경남 등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근소하게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은 “개표율이 아직 낮은 상태에서 속단하면 안 된다”고 되뇌면서도 화면에 민주당 후보가 ‘1위’로 나타날 때마다 환호했다. 특히 투표일 전날까지도 상당한 차이의 열세를 보인다고 여겨져온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를 박빙 차이로 앞서가자 “승리가 눈 앞에 보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6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과 야권 연합 후보가 대부분의 접전지역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사에 나와 있던 이미경 사무총장 등 30여명의 당직자들은 “민주당! 민주당!”을 연호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날 오전 전북 진안에서 투표를 마친 정세균 대표도 오후 8시쯤 웃음 띤 표정으로 당사를 찾았다. “한 말씀 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그는 “뭘 벌써 성급하게 얘기해”라며 피했으나 이내 “민심이 천심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당 실망=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방송 출구조사에서 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안희정 민주당 후보에게 뒤졌다는 결과에 표정이 굳어졌다. 뒤이은 개표 상황에서도 안 후보가 앞서가자 당사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이 대표는 밤 10시쯤 당사를 떠났다. 당에선 “이번 선거에서 충남지사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당의 존립기반이 무너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

이가영·정효식·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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