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장애인들에게 종이접기 개인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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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사는 전연분(田蓮分.75.(오른쪽))할머니는 매주 수요일만 되면 서천군 보건소를 찾는다. 보건소에선 정신지체 장애인 10여명이 田할머니를 반갑게 맞는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서 장애인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장애인들이 종이 한장을 들고 그의 지시에 따르다 보면 어느새 카네이션.장미 등 각종 꽃이 탄생한다.

田씨는 3년 전 딸(36)의 권유로 종이접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종이접기 자격증을 갖고 있는 딸이 어머니에게 "치매 예방에 좋다"며 적극 추천했던 것.

田씨는 틈틈이 딸의 지도로 종이접는 방법을 익혔다. 손재주가 좋은 그는 6개월 만에 30여가지 꽃을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게 됐다.

그가 실력을 발휘할 기회는 쉽게 찾아왔다. 지난해 정신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종이접기 코너를 마련한 서천군 보건소가 자원봉사를 부탁한 것이다.

그는 보건소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2시간 동안 장애인들에게 종이접기를 지도하고 있다.

지도를 받은 장애인 5명은 최근 인근 농공단지에 있는 보석 가공업체에 취직했다. 일자리를 얻은 金모(30)씨는 "종이접기가 장애인들에게 집중력과 사회 적응력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田씨는 직접 만든 작품을 몸이 불편해 누워있는 이웃 주민이나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주고 있다. 장미 60송이가 담긴 꽃바구니 한개를 만드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리고 비용(4만5천원)도 만만치 않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며 "종이접기를 통해 사랑과 건강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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