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총리보다 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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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회사원 이모(38)씨는 최근 단지 앞 자투리 땅이 나무와 풀·꽃으로 덮인 공원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구청이 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한 일이었다. 이씨는 새삼 구청 업무가 자신의 생활과 직결돼 있음을 깨닫고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생각했다.

국가 정책 결정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지만 시민 생활에 직결되는 사업은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결정한다. 소규모 공원 조성이나 가로등 설치, 도로 포장 등에 대한 권한이 대부분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관내 공사의 인허가권과 사업 허가권, 음식점 위생검사, 불법 주정차 단속 등도 기초단체장의 권한이다. 서울의 경우 한강 재정비 사업과 같이 규모가 큰 환경개선사업은 서울시 차원에서 결정하고 집행한다. 이 과정에 국토해양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중앙정부 관계자들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방정부가 사용하는 예산도 크다. 국가 예산의 절반 정도를 지방정부가 쓴다. 광역단체 중 서울시의 2010년 예산은 21조2853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무총리실의 예산은 출연연구기관까지 합쳐 4389억원이다. 장관 임명 제청 및 대통령 궐위 시 대행 권한을 가진 총리가 635명의 공무원을 거느리는 반면 서울시장은 본청과 29개 직속기관, 44개 사업소 등에 근무하는 3만4691명의 상관이다. 지방자치단체 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의 경우 31조7200억원의 예산 중 2조9527억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교부금으로 지자체에 내려보낸다.

서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송파구의 2010년 예산은 3823억원. 구청장은 각종 인허가권 외에 1500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인사권도 갖는다. 송파구 출신 국회의원들(3명)이 예산을 따내지만 예산을 집행할 권한은 없다. 국회의원은 한 해 세비와 의정활동비 등을 합쳐 5억4000여만원을 쓸 수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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