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의 핵보유 불가 선언한 NPT 평가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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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전 세계 189개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NPT 평가회의 폐막에 맞춰 채택된 최종 선언문에서다. 선언문은 2006년과 2009년 실시된 북한의 핵실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판하면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북한은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고, 가장 이른 시일 내 NPT 체제에 복귀하라”는 것이다. NPT 평가회의 선언문에 북한에 대한 이런 요구가 담긴 것은 처음이다.

선언문에 서명한 나라 중에는 북한의 ‘혈맹(血盟)’인 중국도 들어 있다. 북한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의 비동맹권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 189개국의 의견이라면 국제사회의 총의(總意)라고 봐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북한은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NPT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평양의 주장을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북한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며 북한이 NPT를 핵개발의 위장막으로 활용해 왔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NPT 회원국들은 거의 한 달간의 우여곡절 끝에 최종 선언문 채택이란 결실을 거뒀다. 회원국 간 이견으로 선언문 채택조차 못했던 2005년 평가회의에 비해서는 진전이다. 하지만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이해가 미봉(彌縫)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동 비핵지대화를 위한 국제회의를 2012년 개최키로 했지만 당장 이스라엘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일방적인 NPT 탈퇴를 금지함으로써 이란이 ‘제2의 북한’이 되지 못하게 하는 장치도 마련되지 못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핵군축과 핵확산 방지, 핵의 평화적 이용이란 NPT의 기본틀 유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확인한 점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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