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선 정치개혁] 한나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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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내에 지역대결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TK(대구.경북)구심점론'에 대해 PK(부산.경남)의원들이 견제의 목소리를 내더니 이번에는 수도권으로 불이 옮겨 붙은 것이다.

목요상(睦堯相).전용원(田瑢源).이규택(李揆澤).손학규(孫鶴圭)의원 등 경기지역 중진 의원들은 14일 만찬을 했다. 한 참석자는 "당내에서 경기지역의 역할을 되찾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田의원은 "당이 지나치게 TK나 영남당으로 비춰지면 수도권 공략이 어려워진다"며 "경기지역 의원들이 당의 새 흐름을 만들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6월 지방선거에 나갈 경기도지사 후보감을 물색하고 경기지역을 대표할 부총재를 만들어 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의원들이 지역별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 개혁파 의원은 "일련의 지역 바람은 전국 정당화를 가로막는 것으로, 큰 선거들을 앞두고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측도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가뜩이나 민주당이 호남 색깔을 벗기 위해 '국민경선제'까지 도입하는 시점에 지역의 몫찾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는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李총재 측근들은 최근 "지역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집단행동을 못하도록 하고 획기적인 당 개혁 방안을 내세워 분위기를 잡아가야 한다"고 李총재에게 건의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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