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세가지 쟁점 둘러싸고 '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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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세가지 쟁점을 둘러싸고서다. 우선 주류와 비주류가 대권.당권 전당대회 분리와 중복 출마 허용 여부로 격돌하고 있다.

TK(대구.경북)가 당권을 노리자 PK(부산.경남)가 발끈하고 나섰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 성향 의원들 사이의 보혁(保革)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 주류 대 비주류=박근혜.이부영.김덕룡 의원 등 비주류 중진 3인은 13일 6개항의 당 쇄신안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비주류 연대를 결성했다. 3인은 지난 11일 밤 회동에서 대선 전에 당권과 대권 분리가 이뤄지면 비주류측의 역할 분담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회창 총재측은 "6개항을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짐짓 태연한 표정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벌써 난색을 보이고 있다. 주류 내부에선 "판을 깨자는 것이냐" "차라리 李총재에게 정계 은퇴를 요구하라"는 반발까지 나온다.

그래서 14일 총재단 회의에서부터 주류와 비주류의 다툼이 본격화할 것 같다. 당 주변에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주류의 선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TK 대 PK='TK 당권론'에 대해 PK 의원들은 "이미 사무총장.정조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가 TK로 채워졌다"며 "TK가 세력화할 경우 우리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미래연대는 성명에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제기되는 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대선을 앞두고 TK와 PK의 대립이 표면화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TK 당권론'을 제기했던 김만제 의원은 "현실적으로 지역 기반을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지지 않느냐"며 "16일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기존 입장을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 보수 대 개혁=이부영 부총재는 휴일인 이날 당에 나와 "당이 어려웠을 때 당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이제와서 오라 가라 하는데 온당한 일이냐"며 '색깔이 다른 사람은 나가라'는 요지의 김만제 의원 발언을 비난했다.

李부총재는 이회창 총재에 대해 "당에서 나가란 말에 대한 중앙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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