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역할 확대는 인정하지만 대만분쟁 개입엔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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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유연성' 논란에 대해 "아직까지 한.미 양국 간에 어떠한 공식 논의도 한 적이 없다"며 "여러 사정상 내년부터 협의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인 논의를 미뤄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지난해 9월 제4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 사전 준비회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주한미군의 지역 역할'에 합의하고도 국민에게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이 문제를 빨리 결론짓고 싶어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이제 주한미군 감축이나 용산기지 이전 등 굵직한 한.미 간 현안이 대강 마무리된 만큼 내년부터는 본격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인정하되 동남아 역내 갈등, 특히 대만해협에서 중국.대만 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엔 주한미군이 개입하면 우리 국익에 사활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경우 주한미군 차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한미군의 어떠한 이동도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균형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을 해외로 차출할 경우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하는 문제에 대해 그는 "지난해 초 미국이 이 문제를 처음 개진했을 때에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을 감안해 사전 협의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지만 이내 문제점들이 발견됐다"며 "이에 따라 사전 협의제는 좀더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하기로 정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연합군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노회찬 의원의 국회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할 수 있느냐"며 "이는 우리 정부의 외교역량만 약화시킬 뿐으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신홍.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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