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노조' 파업에 시민들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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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철도노조가 3일 파업을 철회함에 따라 올 노동계 투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올 노동 투쟁은 독과점적 지위를 갖는 사업장의 대형 노조가 주도한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고 노사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노사분규 사업장은 453개로 지난해(308개)보다 49% 늘었다. 분규 참가자도 18만3263명으로 지난해(13만1775명)보다 많았다. 보건의료노조와 지하철 파업 등 산별과 연맹 차원의 파업이 잦았기 때문이다. LG칼텍스.코오롱.현대자동차 등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대기업 노조와, 4대 도시 지하철.전국공무원노조 같은 공공노조가 파업을 이끈 것이다.

이들 노조 파업은 '경제난 속에 그들만의 노동운동' '귀족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정부 홈페이지는 물론 노조 홈페이지까지 뒤덮은 비난 여론은 파업의 동력을 떨어뜨렸고, 노조로 하여금 파업을 빨리 접게 하는 압력이 됐다.

이로 인해 올해는 파업건수에 비해 장기 파업은 드물었다. 근로 손실 일수는 116만1073일로 지난해(127만2029일)보다 줄었다. 서울지하철 파업은 3일 만에 끝났고, LG칼텍스정유는 19일 만에 노조가 손을 들었다. 지난해 41일간 장기파업을 벌였던 현대차도 올해엔 6일간의 파업에 그쳤다. 또 지난달 15일 강행된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으로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하루 만에 와해됐다.

이는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강력히 대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성 노동운동에 대한 비난 여론의 힘이 컸다.

반면 병원.금속.금융 부문에서 산별 교섭을 통해 주 40시간제 도입에 대한 노사 합의를 비교적 원만하게 마무리한 것은 올 노사 관계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노사 지도부의 지도력 부족 등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노사가 개별기업의 근로조건에서 벗어나 업종 전체의 쟁점을 풀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최근 노동연구원은 병원 산별교섭의 사용자 측 대표였던 병원장.병원협회 관계자 30명을 상대로 산별교섭 만족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대체로 만족"으로 나왔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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