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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문화] 황량한 항만 공단이 '문화 요람'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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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달 28일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찰스 왕세자가 참석한 카디프의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WMC)' 개관기념 로열 갈라 콘서트에 출연했다. 번스타인의 코믹 오페레타 '캔디드' 중 '화사하고 즐겁게'를 불렀다. 3시간여 BBC-TV로 생방송된 이날 공연에는 웨일스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톤 브라인 터펠, 카디프 태생의 소녀 가수 샬럿 처치, 로열 발레단 등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날 연주자들은 출연료 전액을 극장 발전기금으로 헌납했다.


'세이지 게이츠헤드'의 곡선형 유리 지붕은 '발틱 밀레니엄 브리지'의 아치와 잘 어울린다.

오는 17일엔 잉글랜드 북동부에 있는 게이츠헤드 타인 강변에도 새 공연장 '세이지 게이츠헤드(SG)'가 문을 연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WMC와 SG는 엄연한 밀레니엄 프로젝트다. WMC는 밀레니엄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족과 설계 변경으로 2002년 2월에야 착공됐다. 또 SG는 2년 전 제분공장을 개조해 만든 발틱 현대미술센터와 함께 밀레니엄 브리지 주변을 예술단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카디프 항만에 들어선 오페라하우스인'웨일스 밀레니엄 센터'. 극장 정면에 시가 새겨져 있다.

둘 다 쇠락해진 항만의 공업단지에 들어선 수변(水邊)공연장이다. 각각 석탄과 밀가루를 실어나르던 선박이 정박해 있던 곳이 문화예술의 요람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건축 디자인도 독립된 여러 개의 극장을 한 지붕으로 감싼 '대형 조각'이라는 점에서 같다. 모두 영국의 애럽사가 음향 컨설팅을 맡았다. 건축비도 7000만파운드(약 1400억원)로 비슷한 수준이다.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1848석짜리 오페라극장과 소극장 3개를 갖췄다.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도 크기가 4단계로 조절된다. 조명.음향 조정실은 물론 자막 조정실.TV 카메라실도 따로 마련했다.

'스튜디오 극장'은 207 ~ 253석 규모의 가변형 무대로 신예 아티스트의 쇼케이스나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이다. 소극장(153석)과 댄스 스튜디오(80 ~ 100석)도 마련했다. 청소년 프로그램을 위한 150명 규모의 기숙사, 녹음 스튜디오, 카페와 레스토랑도 들어섰다. 이곳에 웨일스 국립 오페라, 웨일스 다이버전스 무용단, 히징크스 극단, 음악 정보센터, 웨일스 작가회의가 상주단체로 입주했다.

건축가 퍼시 토머스가 설계한 극장 정면에는 기네스 루이스의 시가 각각 영어와 웨일스어로 새겨져 있다. '돌에서 지평선이 노래한다''상상력의 용광로에서 유리같이 맑은 진실을 창조한다'. 먼 바다에서 도착한 배가 뒤집힌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강철 조각이나 바위를 세로로 잘라놓은 듯한 모양이다. 원래 이름은'카디프 베이 오페라하우스'였다. 1995년 설계 경기에서 우승한 이라크 출신 자하 하디드(54)의 건축 디자인은 웨일스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www.wmc.org.uk

?세이지 게이츠헤드=세계 최초의 경사진 다리로 유명한 '발틱 밀레니엄 브리지'옆에 들어섰다. 홍콩 첵랍콕 공항,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 대영박물관 리모델링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69)가 맡은첫 공연장이다. 높이 60m, 길이 100m짜리 대형 유리지붕이 1650석짜리 콘서트 홀과 400석짜리 실내악 홀, 리허설룸, 음악학교, 음악정보센터를 뒤덮고 있다. 중소기업 회계.경영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세이지 그룹에서 600만파운드(약 120억원)를 기부, 공연장 이름도'세이지 게이츠헤드'로 지었다. 46년 역사의 체임버 오케스트라'노던 신포니아'(음악감독 토머스 제트마이어)가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SG는 지역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공간이다. 연중 무휴로 하루 16시간 로비를 개방한다. 연주자와 청중이 로비에서 함께 휴식을 즐기면서 어울리도록 했다. 교실 25개를 갖춘 음악학교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가르친다. www.thesagegateshead.org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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