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전당대회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당대회를 둘러싼 민주당의 갈등이 정리된 7일. 한나라당의 주류와 비주류가 전당대회 문제로 갈등을 노출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총재단 회의에서 전대 준비기구 구성 방안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그 바탕엔 '당 개혁이 먼저냐,정권 교체가 우선이냐'라는 쟁점이 깔려 있다.

회의에서 박근혜(朴槿惠).이부영(李富榮)부총재 등 비주류는 작심한 듯 개혁 문제를 꺼냈다.

두 사람은 "정당 개혁이 없는 전당대회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정권 교체도 어렵다"는 논리였다.

李부총재는 이회창(李會昌)총재 앞에서 "(총재의) 인치(人治)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공정한 경선을 위해 전대 준비 특별기구 위원장에 중립적인 당외 인사를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朴부총재는 "당의 민주화와 개혁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며 "경선의 룰(규칙)도 중요하지만 개혁이 더 급하다"고 말했다.

朴부총재는 기자실에 배포한 유인물에서 대선 전에 후보와 총재직 분리를 요구했다.

당 관계자는 "세가 약한 비주류는 명분을 선점하고 李총재를 압박하기 위해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주류의 개혁 요구에 주류측의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정권 교체 우선론'을 폈다.

그는 "개혁도 필요하고, 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고, 당내 결속"이라고 말했다.

이상득(李相得)사무총장은 "당 국가혁신위에서 당권.대권 분리문제 등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朴부총재가 요구하는 '개혁추진협의회' 구성이 필요없다는 얘기다.

주류인 양정규(梁正圭)부총재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을 흉내낼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결속을 통한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李총재측 관계자는 "당원들의 희망인 정권 교체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며 '대세론'을 밀어붙일 뜻을 밝혔다.

이날 李총재는 회의 도중 먼저 자리를 떴다. 李총재는 "개혁과 민주화에 누가 반대하겠는가"라며 "공정한 전당대회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자"고 말했다.

이는 당 개혁을 통한 정당 민주화라는 명분에는 李총재도 반대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이상일.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