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중진들 'TK 구심점론'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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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TK(대구.경북) 중진인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부총재.김만제(金滿堤)의원이 6일 'TK 구심점론'을 내놨다.

"막연하게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지지하기보다 TK 철학과 구심점을 갖고 밀어주자"는 주장이다.

姜부총재는 "우리 몫도 챙기고 선거운동하는 데도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金의원도 "이회창 총재는 직할 부대를 거느린 게 아니라 연합군 사령관"이라며 "TK가 자기 몫을 찾으려면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이후'의 정치 지형을 TK 지역에 유리하게 만들어 가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만큼 당내엔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金의원은 "영남 출신 의원 사이엔 李총재를 지지하되 당권을 잡을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자는 얘기가 오간다"면서 "필요하면 朴부총재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姜부총재는 "우리 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면 당권을 위임해야 하고, 오는 4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위임 기구(총재단 회의 등)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2년 대선에선 김영삼(金泳三)씨를 지지했지만 96년 15대 총선에선 자민련 돌풍이 일었던 TK 민심을 기억하자는 게 주요 논거다. 여기엔 김용환(金龍煥.보령-서천).강창희(姜昌熙.대전 중)의원과 충청권 인사 영입 등 이회창 총재의 '충청권 공들이기'에 대한 반사적 위기감이 반영됐다고 한다.

李총재측은 즉각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적절치 않은 발언"(權哲賢 기획위원장)이라고 반박했다.

한 측근은 "TK 내부의 패권 문제 아니냐"며 "민감한 시기에 왜 지역 문제를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못마땅해했다.

당권.대권 분리론자인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지역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권력이 좀더 분리.견제돼야 한다는 얘기라면 그런 뜻에선 적절한 표현"이라고 동조했다.

李총재는 7일 총재단 회의에서 전당대회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할 준비위 구성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朴부총재는 "이회창 총재가 대선후보 경선 참여 즉시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李총재를 압박할 생각이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김덕룡(金德龍)의원 등은 당 개혁안과 관련, 朴부총재와의 연대를 계획 중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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