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파키스탄 본격 중재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가파른 대치 상태가 화전(和戰)의 분기점에서 혼미를 거듭하는 가운데 미국이 본격 중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두 나라가 지난 2일 외무장관 접촉을 가진 데 이어 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한편으론 화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 카슈미르주 의사당에서 2일 또 다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찬물을 끼얹었다.

◇ 미국, 중재 외교 시동=미국이 중재 외교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도.파키스탄 양국간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양국이 국경에 병력과 화기를 경쟁적으로 증강 배치하자 매일 양측에 전화를 걸어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사태에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국의 충돌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나라 모두 핵 보유국이고 과거 세차례나 전쟁을 치른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강건너 불 보듯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화해 기류, 또 테러로 찬물=양국 외무장관이 2일 인도 의사당 테러 사건 후 처음으로 만나 긴장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한편으론 테러와 전투가 계속됐다. 인도 경찰은 3일 카슈미르 지역 곳곳에서 인도군이 이슬람 무장단체와 전투를 벌여 22명이 사살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일에는 인도 잠무카슈미르주 스리나가르시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수류탄 투척 테러가 발생, 한명이 숨지고 최소 24명이 다쳤다. 그러나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지 않으며, 전쟁을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 또다시 중국 찾는 무샤라프=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4일부터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리는 남아시아 협력협의체(SAARC)정상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3일 중국을 방문, 주룽지(朱鎔基)총리를 만났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바 있어 보름여 만에 또다시 중국 땅을 밟는 셈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중국 방문은 SAARC 정상회담 참석시 인도 영공 통과를 피하기 위해 중국을 경유하는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들은 "최근 미국이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파키스탄이 중국에 접근해 국면 전환을 노리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