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서비스] 양구군 상조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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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 31일 오후 종무식이 끝나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퇴근한 강원도 양구군 양구군청 생활민원기동처리반 창고 앞.

한영만(45)씨와 생활민원 기동처리반원들은 봉고트럭에 근조등과 천막 난로 ·제사상 ·병풍 등을 실었다.

이날 오전 양구읍 상3리 김모(38)씨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이들은 곧바로 짐을 챙겼다.오전부터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러웠지만 발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눈발을 헤치고 달려 상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쯤.숙달된 솜씨로 상가 앞마당에 두개의 천막을 치고 추위를 막기위해 석유난로도 설치했다.

병풍을 치고 제사상을 놓아 문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옥외주방도 만들었다.천막 내부에 전기와 근조등도 달았다.상주들이 문상을 받기에 불편함이 없을 만큼의 준비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 30분이다.

양구군이 상조(喪弔)민원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1995년.농촌지역으로 이웃끼리의 정은 돈독하지만 큰 일이 생기면 팔을 걷고 나서 일할 젊은이들이 적어지자 상주의 걱정을 덜어주고 슬픔을 나누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천막 근조등과 난로 등 각종 물품을 마련,읍 ·면으로부터 신고를 받으면 세명으로 구성된 생활민원기동처리반이 즉시 상가로 달려가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준비를 해주는 서비스로 양구군 주민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양구군민은 아니지만 출향인으로 양구군이 장지일 경우 장지까지 쫓아가 천막과 난로를 설치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호적정리 안내문을 전달해 주며 필요할 경우 공설묘지 사용허가 민원처리를 대행하고 있다.

상조민원서비스를 받은 주민은 올해만도 출향인 세명을 포함해 1백40여명이며 지금까지 8백40명에 달한다.양구군은 이같은 지원으로 주민들이 1억2천여만원의 경비를 절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부친상을 당한 한민석(39·경기도 광명시)씨는 “추운 날씨에도 공무원들이 천막을 치고 각종 물품을 지원하는 등 자기 일처럼 도와줘 무사히 큰 일을 치렀다”며 고마워했다.

양구군 관계자는 “각종 물품 지원은 물론 상가 및 상가주변에 대한 방역소독 등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양구=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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