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동의 중국 통신] 왕시 13살 때 프로…작년 하네 꺾으며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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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왕시는 1984년 허난(河南)성에서 출생했다.

아마초단 실력인 부친의 영향으로 4세 때 바둑을 접했으나 프로가 되는 길은 순탄치 않아 여섯차례 대회에 나간 끝에 13세 때 프로가 됐다. 당시 창하오는 8단이었고 비슷한 또래의 쿵제(孔杰).구리(古力)등은 이미 4단이었다.

왕시가 강자로 변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프로생활 7년째가 되는 지난해 CSK배 때였다. 첫 대국에서 일본의 일인자 하네 나오키(羽根直樹)9단을 꺾으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된 것이다. 이후 유창혁9단까지 꺾고 3연승하면서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했다. 왕시는 "하네 기성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왕시는 중국 바둑계보에서 6소룡(小龍)의 뒤를 이은 10소호(小虎)의 한명이다. 출발은 늦었지만 10소호 중 가장 먼저 세계무대 결승에 올라 중국 매스컴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왕시는 삼성화재배 개최 이래 예선을 거쳐 결승까지 오른 최초의 기사이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기사는 이창호9단. 인품과 실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왕시는 바둑 스타일도 굴곡없고 안정적이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등 이9단과 많이 닮았다.

이세돌9단에 대해서는 "기력 등 모든 면에서 나보다 우세하지만 나의 바둑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결승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왕시는 결승전을 앞두고 중국기원이 훈련 대국이나 연구팀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사양하고 혼자 대비해왔다.

현재 중국리그 5연패를 이룬 충칭(重慶)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내성적이고 수줍어 하지만 가까운 사람과는 활발하게 어울린다. 바둑 외엔 축구를 가장 좋아한다. 대중음악과 책읽기도 즐겨 삼성화재배 준결승 때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가지고 왔다.

cyberoro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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