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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내셔널 어젠다] 업무에 치이는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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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정부 각 부처와 참모들이 국정의 모든 것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결정하려 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시간 부족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초단위'의 공식 일정은 대통령에게서 국정의 큰 틀을 구상할 시간적 여유조차 박탈해 버린다.

대통령의 24시를 연구해 온 이건개(李健介)전 의원에 따르면 우리 전.현직 대통령들은 ▶정상 수면(7~8시간)▶내.외빈과의 식사(최소 4시간)▶운동.목욕(1시간)▶외교 사절 등 접견(1시간)▶임명장 수여 등 공식 행사(1시간)▶외부 행사 참석(2시간)에 공식 회의를 주재하는 시간을 빼고 나면 집무실에서 보고받고 판단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두시간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두시간을 총리와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각 부처 장관과 여당 관계자, 기업인들이 앞다퉈 원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의전 비서관실은 이들에게 5분.1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주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초단위 일정의 중압감을 장시간의 휴가로 해소해 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별장과 텍사스주 크로퍼드 개인목장, 메인주 해안가 등 휴식 공간에서 40일 이상을 보냈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69년 미국 대통령 중 가장 긴 기간인 30일 연속 휴가를 보냈다.

연세대 전우택(全宇澤.사회정신의학)교수는 "자신의 결정으로 구성원의 운명에 중대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지도자일수록 일상적인 업무는 주변에 위임하고, 충분한 휴식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공간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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