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출입국 감시망… 김재환씨 출국 뒤늦게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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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승현(陳承鉉)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김재환(金在桓) 전 MCI코리아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한달 반 만에 확인돼 출입국 감시망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비리의 핵심 관련자들이 해외 도피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陳씨 사건 재수사에 들어간 지난달 15, 16일 각각 전화와 서면으로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는데, 당시 金씨의 출국 기록이 전산망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역시 "출국금지 요청을 받은 상태에서 金씨의 출국 사실을 전산 입력했지만 이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출국 기록이 하루이틀 늦게 전산망에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달 16일 이후 추가로 金씨의 출국을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金씨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은 결과적으로 수사팀의 불찰"이라면서도 "일부러 늦게 출국금지하거나 출국 사실을 은폐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의 로비 의혹 사건에서도 법무부가 허술하게 출입국 관리를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재판을 받고 추징금을 내지 않아 출국금지된 호기춘(扈基瑃)씨가 지난 10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해 이달 초 프랑스 여권으로 출국했다 귀국한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세풍(稅風)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유조웅.오기준씨가 수사 착수 전 해외로 도피했다.

경부고속철 로비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만석씨, 이용호(李容湖)게이트에 연루된 김영준 대양금고 회장도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체류 중이다.

출입국관리국은 "민간용역 직원 40~50명이 하루 평균 10만명의 출입국 기록을 전산 입력하는 실정"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특정인이 출국금지 대상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과 출입국관리국 사이에 중요 범법자의 출국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전산시스템과 인적 공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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