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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은 지금 ③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 e - 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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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그는 무엇보다 대단한 인기작가다. 2000년 펴낸 소설집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프랑스에서 지난해 말 기준 180만 부가 팔렸다. 2004년 출간한 장편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200만 부나 나갔다. 2008년 장편소설 『위로』 출간 직후 열린 한 도서전에서는 독자들이 세 시간 이상 줄을 서 기다리는 바람에 사인회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해야 했다고 한다.

주부 작가 가발다는 “두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까이 살다 보니 늘 수많은 아이들이 들락거려 집이 엉망진창”이라고 했다. [안나 가발다 제공]

가발다 소설의 매력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명료한 필치로 전하는 데 있다.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잡아채는 심리묘사가 빼어나다는 평가다. 별것 없다 싶은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인생의 묵직함에 맞닥뜨리게 된다. 최근 번역된 장편 『아름다운 하루』(문학세계사) 역시 평범한 듯 감동적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4남매가 1박 2일 동안 여행하면서 잊었던 형제애를 확인하고 결국 행복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내용이다. 눈에 띄는 사건이래 봐야 집시 무리, 유기견과 만나는 정도다. 하지만 4남매가 스스로를 목소리 큰 사람 앞에서 침묵하는, 자신감 부족한 부류로 규정하는 대목은 공감의 폭이 클 것 같다. 가발다를 e-메일 인터뷰했다.

-해피엔딩 작품이 많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모두 그런 건 아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만 해도 결말이 그리 밝지 않다. 소설을 행복하게 끝맺는 것은 쓰는 동안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다. 소중한 친구들인데 슬프게 헤어지고 싶지 않다. 어찌 보면 내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소설이 끝난 후 어떻게 지내는지 마음 쓰지 않고 싶다.”

-해피엔딩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마취제 같은 것 아닌가.

“나는 쓰는 동안 기쁨과 감동을 느끼다가 탈고하고 나면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직시하게 된다. 아름다운 허구로 인해 현실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책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책을 통해 행복해진 사람은 실생활에서도 멋진 사람들을 자신에게로 불러 모을 수 있다.”

-쉽게 읽히는 문장을 쓰기 위해 무척 공들인다는데.

“사실이다. 초고는 술술 쓰지만 탈고까지는 백 번, 천 번 다듬는 편이다. 모순 같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더욱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경험에서 오는 것인가, 면밀한 관찰의 덕분인가.

“우선 나 스스로 감수성이 강한 사람이어서 책에 그런 면이 반영되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을 무척 좋아한다. 내 관심은 늘 사람이다. 누가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에 관심 많다. 사람들의 매력에 빠지고 그들 때문에 감동한다. 그런 점이 내 글 속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유독 이혼한 가정이 많이 등장한다. 전통적 가족 제도는 효력을 상실했다고 보나.

“나는 사회학자도, 영적 지도자도 아니다. 내 주변에는 결혼해서 행복한 사람도 있고 이혼해서 행복해진 사람도 있다. 때문에 일반화하거나 어떤 이론을 주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관찰하고 쓸 뿐이다.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람들이 예술에서 위안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나 자연이 창조해낸 모든 아름다운 것은 우리 영혼을 풍성하게 하고 일상을 견디기 쉽게 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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