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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웰빙바람 타고 건강기능식품 시장 쑥쑥 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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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커지는 시장=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04년 1조300억원 규모에서 2008년 2조1200억원으로 불어났고, 최근에도 웰빙 바람을 타고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홍삼·비타민·알로에 등이 주를 이뤘던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다이어트, 피부 개선, 치매 예방 등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이 등장했다.

기업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화 상태인 다른 식품시장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2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한 롯데제과는 그 뒤 홍삼 제품과 다이어트 제품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2004년 10종류 내외였던 건강기능식품을 현재 40개로 늘릴 정도로 공격적이다. 아모레퍼시픽도 피부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인 ‘뷰티푸드’를 선보이며 2002년 300억원에 그쳤던 관련 매출을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효자상품으로 키웠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질병이 크게 늘었다”며 “치료보다 예방 차원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잉 규제 논란=건강기능식품 관리를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규제를 내놓고, 식품업계는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진입 장벽’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식약청에서 조사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370여 곳, 수입업체는 2400여 곳이다. 수많은 업체가 내놓은 건강기능식품 중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혜경 식약청 영양정책과장은 “우리나라는 몸에 좋은 것이라면 우선 먹고 보자는 ‘보신 문화’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규제가 필요하다”며 “현재 식약청이 마련한 규제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노인을 상대로 관광버스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등 시장이 어지러웠다”며 “‘만병통치약’식 판매 관행이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것만 봐도 규제의 효과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여전히 지나친 규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규제가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대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 이 규정은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업계는 제품 포장에 ‘건강기능식품’이란 표시를 하도록 돼 있어 구매할 때 충분히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판매대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판매가 크게 제한되는 데 비해 효과는 작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매장 규제가 없다. 그 대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을 무겁게 따지는 식이다.

건강기능식품을 팔고자 하는 사람은 4시간 동안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업주가 4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유명무실한 규제를 운영하기보다 미국처럼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에 건강기능식품으로 신고하려면 우편·방문 접수만 가능한 것도 불만을 사고 있다. 최동미 식약청 건강기능식품기준과장은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터넷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시대에 뒤처진 제도 때문에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시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는 소비자 몫=문제는 식품업계와 식약청의 틈바구니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식품업계는 매장에서 팔 때의 까다로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별다른 규제가 없는 다단계·방문 판매를 선호한다. 2008년 기준 국내 건강기능식품 유통의 62%는 다단계·방문 판매로 이뤄졌다. 약국이나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비율은 모두 합쳐도 10%가 채 안 된다. 다단계·방문 판매에 편중돼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전문점(38%), 다단계·방문판매(17%), 대형마트·소매점(13%), 홈쇼핑(7%), 약국(7%) 등 판매 경로가 다양하다. 일본도 다단계·방문판매 비중(40%)이 가장 높지만 우리보다는 낮다. 그외 통신판매(28%), 약국(14%) 등의 비중이 높다.

다단계·방문 판매는 판매원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 제품을 소개하는 만큼 매장에서 팔 때보다 과장된 설명을 덧붙일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지금보다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업체 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팔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화 사무총장은 “일부 업체에서 (다양한 유통 채널이 있음에도) 다단계·방문 판매를 고수하는 것은 깐깐한 규제에 얽매이면서 매장에서 팔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유통구조가 투명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라고 말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다단계·방문판매 피해 신고가 매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건강기능식품을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언제 어디서나 투명하게 사고팔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3자 합의’ 구조를 제안하기도 한다. 권오란 교수는 “일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규제가 현재의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만들었다”며 “3자 간의 끊임없는 협의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줄이고, 유통 경로를 넓히는 게 업계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건강기능식품=인체에 이로운 기능을 지닌 원료나 성분을 정제·캅셀·분말·과립·액상·환 등 형태로 제조·가공한 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기능성·안전성을 인증받은 경우에만 이 명칭을 쓸 수 있다.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의약품’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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