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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다섯 가족 모여 자녀 진로 토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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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지난 22일(토요일) 오후 서울 근교 한 콘도 세미나실에는 다섯 가족 19명이 둘러앉았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좀 특별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해 아이들의 진로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대화의 장(場)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 선택'이라는 주제로 노트북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를 동원해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부모들의 어린 시절 사진도 함께 보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 다섯 가족 이야기=참여한 다섯 가족은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웃들이다. 아이들이 같은 중.고교에 다니는 인연으로 만난 부모들끼리 가끔 모여 살아가는 얘기, 애 키우는 얘기를 하며 의좋게 지내는 사이다.

각각 두 명씩의 아이를 둔 다섯 가족 아버지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다솜.다예 아버지 변형완(47)씨는 모 대기업 임원,주연.하연 아버지 장원규(47)씨는 회계사, 윤희.시영 아버지 최병문(45)씨는 대학 교수다.

현동.현민 아버지 여상훈(45)씨는 판사, 성모.송이의 아버지 박영민(49)씨는 소프트웨어 회사 대표다.

다섯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아이들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

◇ 부모들의 이야기=부모들은 "예전에는 요즘처럼 직업이 다양하지 못했고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히 노력해라"고 당부했다.

"예전에는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법대에 진학했어. 나도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좋아 법대에 갔지. 법학 공부가 적성에 맞아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 하지만 나도 우리 아들 현동이처럼 축구를 좋아했단다. 반 대표 축구 선수로 뛰기도 했었지."(현동.현민 아버지 여상훈씨)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교사로 일했었어. 짧으나마 직장에 다녔지만 학창 시절 미래에 대해, 내 적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구나.

그랬기 때문에 결혼 이후 별 미련 없이 교직 생활을 접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두 딸은 달랐으면 해. 전문직을 가지고 멋진 사회 생활을 하면서 꿈을 펼치기 바란다."(다솜.다예 어머니 정경옥씨)

◇ 아이들의 이야기=아이들의 꿈은 다양했다. 사진 작가, 요리사, 놀이 치료사에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까지.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아직 어리기 때문에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른들의 기준으로 우리들의 꿈을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훌륭한 요리사가 돼서 우리 나라의 음식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는 유명한 요리사가 되고 난 후의 화려한 모습만 생각하고 그런 꿈을 갖는 게 아니냐고 말하시지만 저는 몇년 동안 설거지만 할 각오도 돼 있어요."(박성모.고2)

김현경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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