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평양 윤이상음악연구소 부소장 첫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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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그동안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반신불수처럼 살아왔다고나 할까요. 어제 서울에서 첫밤을 보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지난 4월 대중가수 김연자씨의 북한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조총련계 재일동포 이철우(李喆雨.63)씨가 지난 18일 서울에 왔다.

세계종족무용연구소(소장 허영일) 초청으로 20일 오후 2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북한의 음악.무용의 현황과 남북예술 교류'라는 제목으로 특강하기 위해서다. 그는 북한을 40여차례 방문했으나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일동포 지휘자 김홍재(金洪才)씨의 외삼촌인 그는 1970년부터 20년간 재일조선중앙예술단 문예부장을 지냈으며 78년 북한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같은 해 일본에 조선레코드사를 설립, 북한의 민요.관현악.가요를 일본에 보급해왔다.

또 73년 평양만수대예술단.평양학생소년예술단, 80년 국립평양예술단, 90년 국립평양예술단의 민족가극 '춘향전', 91년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일본 순회공연 등을 총기획했다. 그는 87년 윤이상 팔순 기념 콘서트를 성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88년부터 10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열린 '한겨레 콘서트'도 그의 작품이다.

李씨는 88년 일본 도쿄에 코리아 아트센터(KAC)라는 기획사를 차려 남북한 음악.무용 교류와 재일동포 예술가의 발굴에 힘써오고 있다. 그는 74년부터 평양 윤이상음악연구소 부소장이라는 직함을 쓰고 있다.

"베를린으로 건너가 尹선생의 제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 분의 음악을 널리 보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80년대 이후 북한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도 선생 덕분이지요. 북한은 선생의 충고를 받아들여 교향악단이 창작곡 외에 클래식 음악을 연주함은 물론 이를 TV로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그는 "내년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 90주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 인민군 창설 70주년이 겹치는 해"라며 "4월의 봄 축제 20주년 행사를 두 달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5.1 경기장에서 10만명이 출연하는 매머드급 집단체조 '아리랑'을 공연한다는 것이다.

李씨는 "재일동포로 구성된 도쿄 코리안 심포니를 창단할 계획"이라며 "남북 문화교류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며 주관적인 해석이나 욕심을 앞세워선 안된다"고 말했다.

글=이장직,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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