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BP 기름유출 대응 못 믿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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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린 왜가리 한 마리가 23일(현지시간) 멕시코만에서 유출된 원유로 뒤덮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바라타리아 베이의 습지에서 죽어가고 있다. 바라타리아베이에는 왜가리·펠리컨·제비갈매기·갈매기·저어새 등이 서식하고 있다. [바라타리아 베이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멕시코만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사고 수습을 책임지고 있는 영국 석유회사 BP를 100%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FP통신 등 외신은 사고 발생 한 달째를 맞아 “미 정부가 BP 측에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켄 살라사르 미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BP가 현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다”며 “만약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미국 정부)는 그들을 배제하고 멕시코만 주민과 생태계, 미국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연방정부가 이미 ‘올스타’ 과학자 팀을 휴스턴의 BP 본사로 파견했음을 강조하며 “이들이 원유 유출을 막고 사고 유정을 폐쇄하도록 다각도로 BP를 압박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가 ‘BP의 전적인 책임’을 강조해 온 기존 입장을 바꿔 강한 어조로 ‘직접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연방정부가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루이지애나주의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이날 베니스항을 찾아 “사태 대응의 시급성을 모르고 있다”며 연방정부와 BP를 동시에 비판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안경비대가 기름띠를 막는 데 필요한 오일펜스를 제대로 공급·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젠) 우리 손으로 직접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루이지애나주 재난 당국은 전날 기름띠가 덮친 그랜드아일 인근에 있던 BP 측 오일펜스 설치 선박 40척 전부를 징발했다. 섬 주민들도 조류 보호구역 주위에 오일펜스를 설치하기 위해 23일 자신들의 배를 몰고 직접 바다로 나갔다.

한편 BP는 이날 예정돼 있던 ‘톱 킬(Top Kill)’ 작업을 연기했다. 사고 유정에 진흙과 화학약품 혼합물을 쏟아 부어 기름을 막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원유 유출량은 공식적으로 14만 배럴을 넘어섰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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