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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이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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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맥아더 장군(1880∼1964)은 유엔군 최고사령관으로서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으며, 57년 9월 15일 지금 위치에 그의 동상이 세워졌다. 동상은 높이 5m, 둘레 7m의 크기다.

30일 오후 3시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 인천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대원 세 명이 동상 주변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이 동상을 지키는 이 색다른 모습은 2002년 경기도 양주에서 여중생 두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뒤 이곳에서 반미시위가 잇따르면서 시작됐다. 한 대원은 "요즘은 좀 뜸한 편이지만 2002, 2003년에는 반미시위가 잇따라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책을 나온 주민 윤호철(64.인천시 중구 북성동)씨는 "일부의 빗나간 반미시위 때문에 동상에까지 경비를 서야 하는 현실이 안쓰럽다"고 했다.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놓고 지역사회가 시끌시끌하다. 경찰이 이곳에서 24시간 경비를 하는 것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가 "경찰력 낭비"라고 비난하며 아예 동상을 철거하거나 딴 곳으로 옮기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이하 인천연대) 중.동지부의 소성호 사무국장은 "지난 6월 우리민족대회 개최를 계기로 '평화도시'를 선언한 인천의 대표적 공원에 전쟁기념물이 있는 것은 문제"라며 "동상을 송도의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옮기고 경찰병력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연대 측은 12월 중에 동상 처리에 관한 시민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 단체 30여명의 회원은 2002년 12월 '인천을 대표하는 공원에 미국 장군의 동상이 서있어 자존심이 상한다"며 철거 촉구 시위를 벌였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 민중연대.통일연대 등의 회원들이 이곳에서 '미군 강점 59년 민족자주 선포대회'를 여는 등 네 차례의 반미집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이에 대해 이북5도민회.반공연맹 등 보수단체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맞서고 있다. 한일태(75)이북도민회연합회 사무국장은 "인천의 자랑거리라 해야 할 맥아더 장군 동상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하는 자체가 더 부끄럽다"며 "이 동상은 상륙작전이 벌어졌던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는 지금 위치에 서 있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라고 못박았다. 한씨는 "인천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립을 판가름했던 당시 상륙작전의 지휘관 동상을 굳이 구석진 곳으로 몰아넣겠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일부에서 빗나간 반미행위를 벌일 경우 결사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상이 위치한 인천 중구의 김기성 구의회 의장도 "동상을 옮기고 경찰을 철수하라는 주장은 지극히 편향적"이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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