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 황규연 첫 천하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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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허리를 굽히면 손바닥이 땅에 닿는 유연성, 서글서글한 눈매와 친근한 미소까지 갖춘 '부드러운 남자' 황규연(신창)이 생애 첫 천하장사 꽃가마에 올랐다.

황규연은 1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01 세라젬마스타 울산천하장사대회 최종일 결승에서 '모래판의 슈퍼 골리앗' 김영현(LG)과 최종 다섯째 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승리, 올해 씨름판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운 지략,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승부근성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황규연은 김영현과의 결승에서 첫 판을 기습적인 잡채기로 따낸 뒤 둘째 판에 밀어치기를 허용,1-1로 균형을 이뤘다. 셋째 판에서 밀어치기를 시도하는 김영현을 뿌려치기로 따돌려 2-1로 리드를 잡은 황규연은 넷째 판에서 다시 밀어치기를 허용,2-2로 맞선 뒤 최종 다섯째 판을 벌였다.

결국 밀어치기를 어떻게 피하느냐가 황규연의 승부수였다. 황규연의 예상대로 김영현은 밀어치기를 시도하며 황규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고무공 같은 탄력의 황규연이 발을 두어번 되차며 쓰러져 가던 균형을 일으켜 세웠고 오히려 밀고 들어오던 김영현의 균형이 무너졌다.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모래판에 무너져내리는 순간 김영현의 무릎이 찰나보다 짧은 순간에 먼저 모래판에 닿았고 이를 느낀 황규연은 벌떡 일어서 포효했다. 생애 첫 천하장사였다.

정상에 오른 황규연은 상금 5천만원을 받았고 지난 9월 천안지역장사 때 비신사적인 행위로 2개 대회 출전 정지를 받았던 김영현은 공백의 한계를 느끼며 정상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한편 현대씨름단은 박진태 감독의 교체를 결정하고 후임에 김칠규 코치를 승격시키거나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이태일 기자

▶최종 순위=①황규연②김영현③김경수(LG)④이태현(현대)⑤신봉민(현대)⑥윤경호(신창)⑦백승일(LG)⑧염원준(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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