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때문에 한국 경제개혁 늦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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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타임스(FT)는 30일자 사설에서 한국의 민족주의(Nationalism) 때문에 경제 개혁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29일 라오스 '아세안+3'정상회의에서 시장 개혁 성과와 친기업적 경제라는 점을 자랑했지만 정작 서울에서는 민족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FT는 한국은 겉으로는 동북아 기술.금융 중심지가 되려 한다는 안내책자를 배포하면서 정작 (정부) 관리와 일부 재계 지도자들은 외국 투자가를 쫓아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나타난 경제 자유화 움직임이 힘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국내은행 외국계 이사비율 제한 발언 등을 꼽았다. 윤 금감위원장은 29일 FT와 인터뷰에서 시중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를 제한하고 거주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계 금융회사가 은행을 사들이는 데 대한 민족주의적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위는 이날 FT 사설에 대해 그동안 추진해 온 금융시장 개방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시장진입 제한 등의 조치를 고려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용환 금감위 공보관은 "(윤 금감위원장 발언은)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 국제기준에 맞게 경영지배구조에 대해 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이를 금융시장의 진입제한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국내 자본을 육성하려는 것이지 외국 자본을 특별히 차별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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