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촉매 이용한 나프타 분해 공장 세계 처음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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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SK에너지가 짓고 있는 촉매 이용 나프타 분해시설.

SK에너지가 세계 최초로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분해 공장을 짓는다. SK에너지는 23일 자체 개발한 ACO(촉매 이용 나프타 분해) 공정기술을 적용한 시설을 울산 공장에서 10월께 완공해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프타 분해 공장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에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기존의 열분해 공정은 850~1000도의 고열을 이용해야 해 에너지 소모가 컸으나 SK에너지가 개발한 기술은 촉매를 이용해 필요 온도를 700도 이하로 낮췄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공정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20% 정도씩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도 올라간다. 기존 공정으로 나프타를 분해하면 에틸렌이 주로 나오고, 프로필렌은 부산물 형태로 일부 생산된다. 하지만 ACO 기술을 적용하면 에틸렌·프로필렌 생산량을 엇비슷하게 맞출 수 있고, 비율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최근 가파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프로필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에틸렌을 합성한 폴리에틸렌은 비닐 등의 제품 원료로 많이 쓰이며, 프로필렌을 합성한 폴리프로필렌은 플라스틱 용기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기존 열분해 공장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던 올레핀 성분과 중질유를 원료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주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뛸 경우에도 영향이 작다는 뜻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 ACO 기술을 수출해 플랜트 1기당 2000만 달러 안팎의 로열티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미국의 석유화학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인 KBR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이미 기술 수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둔 상태다.

SK에너지는 일단 300억원을 들여 소규모 공장을 지은 뒤 가동이 성공적일 경우 대대적인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 경우 많게는 수조원 단위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나프타 분해 기술은 지난 80여 년간 세계적으로 열분해 공정이 유일했다”며 “각국이 녹색성장에 나섬에 따라 앞으로 ACO 기술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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