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북한 규탄 성명, 중국엔 큰 부담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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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일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국제사회에서 조사 결과를 지지하고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향후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을 회부해 대북 제재를 끌어내려는 한국의 외교전에 큰 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일 오후에 호주와 일본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이 역시 강경한 어조로 성명 대열에 동참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한국이 공관을 두고 있는 EU 국가들은 예외 없이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한국을 전통적으로 지지해 온 중남미 국가 대부분과 아시아 국가 상당수도 규탄 성명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천안함 조사 발표 직후 해외 공관에 주재국 정부가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한국을 지지한다는 입장표명을 끌어내도록 지시하고 총력전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규탄(condemn)하는 성명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세계 각국의 잇따른 규탄 성명은 그 자체로 북한을 크게 위축시키고, 북한 편을 들고 있는 중국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규탄 성명에 동참한 EU 소속 영국·이탈리아·스웨덴과 호주 등은 북한과도 수교해 평양에 공관을 둔 국가들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홀로 북한 편을 드는 처지에 몰리면 중국으로선 외교적 파국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한국의 안보리 회부 조치를 반대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가급적 많은 국가가 천안함 조사 결과를 지지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북한 규탄 성명 러시의 배경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조사 결과 발표에서 결정적 물증을 제시한 데 대해 각국이 인상 깊게 받아들인 데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신뢰도와 영향력이 커졌고 ▶국제사회 리더인 미국이 강력하게 한국을 지지하고 있는 점 등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1960~70년대 북한과의 대결 외교를 벌이면서 축적해 온 ‘지지표 모으기’ 노하우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분석했다. 그는 “당시에는 한국의 위상이 지금보다 크게 낮았음에도 나라별로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에 불리하고 한국에 유리한 결정을 끌어낸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국격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규탄 성명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를 끌어낼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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