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iTV도 재허가 추천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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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를 진행해 온 방송위원회는 29일 강원민방에 이어 경인방송(iTV)을 '청문(聽聞)'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해당 방송사에 최종 소명 기회를 주는 것으로, 허가추천을 거부할 때 꼭 거쳐야 하는 절차다. SBS와 강원민방에 대해선 의결을 보류했다. SBS의 경우 핵심 쟁점을 놓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진통을 겪었다. 방송가에선 방송위가 또 소신 없이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iTV도 청문 대열에=방송위는 지난달 iTV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제출하는 등의 조건으로 재허가 추천키로 했다. 그러나 방송위는 방송사와 대주주 측의 의지와 노력이 결여됐다며 입장을 바꿨다. 12월 10일 청문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위는 또 지난 16일 청문을 실시한 강원민방에 대해선 "법령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의결을 연기했다.

◆ 쟁점 못 좁히는 SBS 재허가=방송위는 이날 SBS에 대해 "회계 검토와 사실관계 획인이 필요하다"며 일주일간 의결을 연기했다. 여기서 사실관계는 '사회환원'부분을 뜻한다. 애초 윤세영 회장의 아들 석민씨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내놓기로 하면서 SBS 문제는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심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15% 사회환원 약속'이란 문제가 터져 나왔다. 1990년 사업 허가 당시 윤세영 회장이 "세전 순이익의 15%를 사회에 내놓겠다"고 공개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윤 회장은 방송위에 출석해 미납금 510억원(방송위는 690억원으로 추산) 중 300억원을 3년에 걸쳐 납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액과 성격을 놓고 방송위와 SBS는 이견을 보여 왔다. 방송위 법률자문특위는 최근 "15%는 법률적 구속력이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재허가 추천 거부'에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주장. 이 경우 위법행위에 대한 경영진과 대주주 책임도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SBS는 수익환원 약속이 법적 허가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BS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변호사들의 조언을 받은 결과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며 "부채가 700억원이 넘는데도 300억원을 내놓겠다는 건 주식회사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송위 내에는 두 기류가 교차한다. 시간을 끈다고 달라질 것 없으니 조기에 결론을 내자는 의견과 '청문'이나 국정조사까지 강행하자는 의견이다. 방송위는 최대주주가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졌으면 하고 바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SBS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카드는 던졌다"며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조건부 추천'가능성이 가장 큰 가운데 결론이 목동(방송위) 아닌 서초동(법원)에서 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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