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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발표] 그래도 남는 궁금증 Q&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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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천안함이 북한의 중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한 것으로 결론 내리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된 것은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어뢰 추진부와 7년 전 남해안에서 건져 올린 북한군의 훈련용 경어뢰였다. 어뢰 추진부는 북한 소행으로 심증을 굳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어뢰 추진부와 훈련용 경어뢰에 적힌 글씨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지목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합조단은 절단된 선체, 관련자 진술, 지진파 및 공중음파 분석 등으로 천안함이 어뢰 공격으로 절단돼 침몰됐다고 판단했으나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15일 침몰 해역에서 쌍끌이 어선이 어뢰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 추진후부, 모터와 샤프트(축) 등을 수거하면서 상황은 급진전됐다.

합조단이 이날 제시한 증거물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어뢰의 추진부 외에도 다량의 흰색 분말이었다. 산화 알루미늄이라 불리는 이 분말은 어뢰 프로펠러 및 모터 내부, 인양된 천안함에서 동시에 발견됐다. 당초 알루미늄 분말 형태로 어뢰 폭약 속에 있다가 폭발 때 고열에 산화하면서 결정체로 바뀌었다. 폭발력에 의해 프로펠러와 천안함 곳곳에 들러붙었다. 어뢰의 추진모터와 천안함 함수의 쇳덩이 부식 정도가 비슷해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것을 증명했다.

◆CHT-02D 어뢰=천안함 공격에 사용된 북한 어뢰는 CHT-02D다. 처음 공개된 신형이다. 북한이 2007년 중남미에 수출을 위해 배포한 무기 카탈로그에 나오는 모델과 같다고 합조단이 밝혔다. 북한 무기 카탈로그의 CHT-02D 어뢰 설계도를 확대해 이번에 수거한 어뢰 추진동력부와 비교한 결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CHT-02D 어뢰는 음향항적 및 음향 수동추적 방식을 사용하는 이른바 수동식 음향 어뢰다. 직경은 21인치(533㎜)에 무게가 1.7t, 길이가 7m 정도다. 대표적인 중어뢰라 할 수 있다.

프로펠러는 어뢰 몸체의 중간 부분에 위치한 고성능 전지에서 나오는 직류전기로 모터를 돌려 회전력을 얻는다. 폭발장약은 250㎏이나, 탄두 속에 화약(TNT) 외에 고성능 폭약 RDX와 알루미늄 분말도 함께 섞어놓아 실제 폭발력은 TNT 기준으로 300㎏이 넘을 것으로 합조단은 추정했다. 국제시장에서의 가격은 1발에 120만∼160만 달러(14억∼19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CHT-02D 어뢰는 중국 또는 소련제 어뢰를 모방해 제작한 것이 아니라 독일제 어뢰를 역설계한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 어뢰는 잠수정 등에서 발사되면 표적이 되는 함정의 엔진과 스크루에서 나오는 음파를 탐지해 뒤쫓아 간다. 표적에 가까이 가면 엔진에서 나오는 센 음파에 반응해 함정의 선체에 닿기 직전에 폭발한다.

◆‘1번’과 ‘4호’=해저에서 수거한 어뢰 추진부의 뒷부분 안쪽에 손으로 써놓은 푸른색의 ‘1번’ 글씨는 이번 사건 규명의 결정적 단서였다. 한글을 쓰는 나라는 남북한뿐이어서 북한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는 2003년 수거된 북한 훈련용 경어뢰에 검은색 글씨의 ‘4호’가 표기된 것과 비슷했다. 이집트 상형문자의 비밀을 푼 ‘로제타 스톤’ 역할을 했다. 합조단 황원동 정보분석팀장은 “어뢰 조립, 정비, 관리를 쉽게 하도록 부호를 1번이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나라는 한글로 1번을 표시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보유한 어뢰에는 일련번호가 다른 형식으로 기재돼 있다. 러시아·중국산 어뢰는 각각 그들 나라의 언어로 표기한다는 게 합조단의 설명이다.

◆효자 역할 한 7년 전 북한 경어뢰=우리 군이 7년 전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혀내는 데 효자 역할을 했다. 이번에 건져 올린 어뢰의 추진동력부, 화약 성분을 훈련용 경어뢰와 비교·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은 북한의 훈련용 어뢰를 수거한 이후 최근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북한 군이 우리 해역에 침투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7년 전은 노무현 정부 초반이다. 군 관계자는 “조류에 떠내려온 것을 수거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잠수함(정)이 남해안에서 어뢰를 잃었거나, 훈련 중 오발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03년 당시 북한 잠수함의 남해안 침투를 허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의 훈련용 어뢰 수거는 북한군의 변명이 통하지 않게 할 전망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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