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성산 '환경소송'이 남긴 교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경부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을 심리해온 부산고등법원이 어제 종교 및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도롱뇽의 친구들' 등 신청인들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9개월 동안 중단했던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터널공사로 인해 도롱뇽 서식지인 천성산 고산습지(무제치늪.화엄늪)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환경부와 조사에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환경단체들이 맞서 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터널 부근의 지하수와 무제치늪이나 화엄늪의 수원이 되는 지하수 내지 지표수가 상호 연결돼 있지 않을 개연성이 훨씬 큰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대법원에 즉각 재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형 국책사업이 이처럼 차질을 빚고 있는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천성산 터널공사의 경우만 해도 정부가 전문가들을 동원해 환경영향평가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밀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환경단체 전문가와의 공동 검토를 약속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정부의 정책 혼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안 노선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9개월간의 공사 중단으로 건설업체가 본 손실만 160여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공사 중단으로 고속철 완전 개통이 지연되면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사회경제적 이익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18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정책 혼선으로 차질을 빚게 됐으니 결국 막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아닌가.

환경보호와 국책사업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살기 좋은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내되 정책이 결정된 뒤에는 일관성 있게 이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