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권, 국민연금 고갈 방치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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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민연금제도가 현행대로 가면 2041년에는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했다. 이는 정부 예상보다 6년이나 빠른 것이다.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수익은 약 160조원 주는데,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KDI는 설명한다.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구조로 설계되는 바람에 2036년부터 지출이 수입을 웃돌게 되고 궁극적으로 바닥나게 돼 있다. 세금으로 메우려면 후손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아니면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다른 사회복지제도는 미미한 현실을 생각할 때 양쪽 모두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다.

국민연금을 '적당히 내고, 적당히 받는' 구조로 바꾸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국회에는 현 소득의 60%인 연금 지급을 단계적으로 50%로 낮추고 보험료는 2010년부터 높이는 개정안이 제출돼 있지만 '표'를 의식한 의원들은 처리를 미루고 있다. 연금 대상은 늘기 때문에 미룰수록 처리는 힘들고 손실은 커진다. 정치권은 대안이 없다면 비겁하게 숨지 말고 빨리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도 시급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운용기금(약 110조원)의 약 90%를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 규모는 머지않아 600조원, 심지어 1000조원을 넘게 되는 반면 안정성이 높은 국내 국채.지방채 시장은 약 142조원에 불과하다. 지금도 국민연금의 독식으로 시장이 교란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아예 투자할 곳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은행에 넣어 두려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감내해야 한다. 또 국민연금의 채권수익률도 10년 전 연 12% 수준에서 지난해 7.8%로 떨어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미래가 걸려 있는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무책임과 대안 없는 반대 때문에 파탄으로 치닫게 방치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