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 핵물질 의혹 털어낸 IAEA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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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한국의 과거 핵물질 실험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의장 성명 채택으로 이 문제를 사실상 종결지었다. 과거 핵물질 실험이 무기 개발 등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 차원임을 인정한 것이다. 또 한국이 보여준 국제사회와의 협력 의지 및 평화적 핵 이용 4개항 원칙 발표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의 국제적 물의를 말끔히 털어내는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사실 한국의 핵물질 실험 의혹은 일부 외신과 국가 관료의 '의혹 부풀리기'로 과대 포장된 측면이 많았다. 우라늄 농축 변환 및 플루토늄 분리실험 등은 대부분 20여년 전에 진행된 사안이다. 레이저 분리술을 통해 추출된 양도 극소량의 개별적.제한적인 것이었다. 그런데도 한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했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다는 식으로 의혹이 확산됐다. 이 같은 의혹은 당시 유럽이 이란과 진행 중인 핵협상, 미국 보수강경파들의 의도된 압박 등과 맞물리면서 국제적 이슈로 증폭됐다. 특히 일본 측은 한국의 '실험'이 핵 재처리시설 등 자신들의 '수준'과 비교가 되지 않는데도 앞장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IAEA의 이번 결정에는 '숨기면 더 커진다'며 스스로 모든 내용을 밝힌 정부의 공개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인다. IAEA와 전면적인 협력을 선언하고, 동맹국들에 이란이나 북한 핵문제와는 질적.양적으로 완전히 다른 문제임을 설득하는 외교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비판과 질책의 대상이 돼왔던 우리 외교가 거둔 모처럼만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등 동맹국들의 도움과 공조가 빛을 발한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동맹국들과의 유대 강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의 핵 투명성과 비핵화 의지 등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핵연료 재처리 등 한국의 평화적 핵 이용 능력의 확대를 공인받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