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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탄생" 일본 열도 들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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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루히토(德仁.41)일본 왕세자의 부인인 마사코(37)왕세자빈이 1일 오후 딸을 출산하자 일본 열도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본 시민들은 올 들어 대량 실업과 광우병 파동,미국 테러참사 등 우울한 뉴스만 계속 나오다 이번에 '로열베이비'탄생이라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며 '오메데토(축하한다)'를 연발했다.

일부 시민은 아키히토(明仁)일왕의 거처인 왕궁 주변에 몰려가 아이의 탄생을 축하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이날 "전국민과 함께 왕세자빈의 출산을 축하한다.왕실의 번영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과 언론은 왕세자빈이 결혼 8년 만의 첫 출산에서 딸을 낳은 데 대해 내심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일본의 왕실규범은 남성만이 왕위를 계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마사코 왕세자빈의 임신소식이 알려진 뒤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있었던 여성의 왕위 계승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 총리는 이날 밤 "헌법상 남녀가 평등한 시대다. 이번 출산과 관계없이 이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의회 헌법조사위원회의 왕실규범 개정을 촉구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민주당 대표는 "여성 군주는 당연한 것"이라며 왕실규범 개정을 지지했으며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자민당 전 간사장은 "역사상 여성 군주는 여러 나라에 있었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게 좋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AP와 로이터.BBC.중국 신화사 등 전세계 언론들은 이날 마사코 왕세자빈의 출산을 일제히 보도하고 "여아 출산으로 여성의 왕위 계승을 위한 왕실 규범 개정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공영 NHK 방송은 물론 민영방송들은 왕세자빈 내외가 출산을 위해 궁내청 병원을 찾은 어젯밤부터 병원과 왕궁, 왕세자빈의 친정 주변에 취재기자들을 대기시키고 매 시간 출산 관련 소식을 전했다.

○…경제계에서는 마사코 왕세자빈의 출산이 유아 관련 기업의 주가 급등 등 경기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다. 다이이치 상호생명보험은 마사코의 출산에 따른 경제효과가 14조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 일부 상점과 대형 백화점에서는 일장기를 게양하거나 유리창에 '출산을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써붙이고 특별할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어린이 식품 생산업체인 와코도는 전국 슈퍼마켓에서 분유 판촉활동을 벌일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형 제조업체인 와쿠이는 12월 중순 새 아기 인형을 출시키로 하는 등 업체들도 로열베이비 붐에 편승한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서울=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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