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출퇴근, 점심시간까지 … 청와대, 고강도 내부 감찰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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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2 지방선거와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20일께)를 앞두고 있는 청와대가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감찰을 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최근 청와대 내부 직원용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불편하더라도 참아야 한다”며 내부 감찰의 주요 포인트들을 자세하게 예시했다.

접대나 향응을 받는 행위를 일절 금지한 것은 물론 ▶과도하게 긴 점심시간 ▶지나친 음주 등도 감찰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출퇴근 시간에도 신경을 쓰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민정수석실은 그동안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비슷한 글들을 올렸다.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의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집무하는 시기에 이런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이다. 또 이번엔 언제까지 감찰을 계속할 지 명시하지 않아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선 “무기한 감찰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감찰이 이뤄지는 이유 중엔 지방선거라는 시기적 요인과 관련이 있는 걸로 보인다. 자칫 불미스러운 사건이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할 경우 선거에선 여당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천안함 침몰 원인이 곧 발표되고, 청와대와 정부가 ‘단호한 대처’에 나서야 하는 측면도 고려됐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에 파견됐던 경찰 간부가 일선 경찰서 근무 당시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도 내부 감찰 필요성을 높였고, ‘검찰 스폰서’ 의혹에 따른 여파도 고려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천안함 침몰 사건뿐 아니라 이 대통령이 집권 3년차의 화두로 꺼내든 각종 비리 척결 분위기에 청와대 직원들이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는 점이 강도 높은 감찰 착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 말부터 7월 초까지를 ‘100일 특별감찰 기간’으로 정해 자체 단속활동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엔 청와대 행정관들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이 관련 업체 인사와 어울려 술을 마셨고,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계기로 작용했었다. 당시의 100일 감찰이 사후적 조치였다면 이번 고강도 감찰은 예방적 성격이 강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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