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서 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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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4월로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 대상에서 자동차 보험은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당초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 보험을 2단계 방카슈랑스 대상으로 계획했지만 보장성 보험만 일정대로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저축성 보험을 대상으로 시행된 1단계 방카슈랑스의 문제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방향으로 협의해 다음달 초까지 2단계 방카슈랑스 방안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저축성보험을 대상으로 한 1단계 방카슈랑스는 시행 1년 만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대출을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시키거나(꺾기)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파는 행위, 은행이 과다한 판매 수수료를 챙기면서 보험료를 되레 높이는 등 은행의 불공정 거래가 잇따라 적발됐다. 이에 따라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뒤 2단계 방카슈랑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보험사들은 특히 자동차 보험의 경우 97%가 대리점이나 설계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어 방카슈랑스로 인해 설계사 10만5000명 중 25%가 실직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70여명이 2단계 도입을 사실상 무산시키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판매 조직이 취약한 외국계 보험사도 일정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저금리로 단기 부동화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간접투자상품과 함께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의 판매가 절실한데다 당초 시행 계획만 믿고 전산 구축은 물론이고 직원 교육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 부분 실시 방안은=금융감독당국은 1단계 방카슈랑스의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부당 판매가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난 이상 문제점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회사의 균형 발전을 중시하는 금융감독 당국으로선 대체 수요가 대부분인 자동차보험이 은행에서 판매될 경우 보험산업의 기반이 급속도로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방카슈랑스 시행 1년 만에 방카슈랑스의 판매 비중이 초회 보험료(계약 이후 첫 보험료) 기준으로 43%에 달해 보험사의 판매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감독 당국은 특히 꺾기 등 은행의 불공정 판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보험에서 이 같은 일이 재연되는 것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은 손보사에 막대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자동차보험은 시행을 연기하고 선진국에서도 큰 충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보장성보험은 예정대로 은행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재정경제부와 협의해 절충점을 모색할 전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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