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명인 세상에 알리려 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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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명인의 손맛’을 세상에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명인을 찾아내고 설득하는 다리컨설팅 사업개발실의 정학진 부장, 명인의 정신을 디자인으로 보여주는 안그라픽스의 신동천 팀장과 김성현 디자이너, 이들 특산품을 상품화하는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의 이헌상 부장, 전국을 돌며 70여 명의 명인들을 카메라에 담아낸 박병혁 사진작가. 바로 ‘명인명촌 프로젝트’의 숨은 일꾼들이다.

명인명촌의 공로자
다리컨설팅 사업개발실의 정학진 부장

전국의 명인을 찾아내고 설득하는 일은 다리컨설팅의 몫이다. 사업개발실 정학진 부장이 이 일을 시작한 지난해 가을부터 만나고 다닌 명인만 200여 명에 이른다. 명인을 선정하는 주요 기준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와 명인이 어떤 사람인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인이 살아온 삶, 제품을 만든 계기와 장인정신등이 녹아 있는 ‘스토리’를 중요시 한다.

정 부장은 “명인명촌의 브랜드 파워는 결국 ‘명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유기농·친환경을 강조하는 시대지만, 유기농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명인 명촌은 제품보다 사람, 즉 ‘누구의 맛’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만든 된장국을 보면 어떨 땐 조금 짜고, 어떨 땐 싱겁죠. 그래도 우리는 ‘엄마의 된장국’을 최고로 여기잖아요. 명인을 신뢰하고, 명인의 음식을 찾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명인명촌의 조력자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생식품팀 이헌상 부장

현대백화점 이헌상 부장이 다리컨설팅 정두철 대표를 만난 것은 2008년 5월이었다. 지역특화사업인 RIS컨설팅을 맡은 정 대표의 요청으로 RIS 사업단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백화점 입점에 관한 강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장은 그 자리에서 각 산지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생산자들에 대해 알게 됐고, 그해 12월 ‘명인명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개월의 준비 끝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에서 첫 행사를 가졌다. “처음엔 물론 어려움이 컸죠. 상품은 있는데 판매를 위한 인프라는 구축되지 않은 상태고, 내부 직원들은 명인명촌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죠. 다행히 본점과 무역센터점 팀장들이 큰 관심을 보여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이 부장이 꼽는 명인명촌의 장점은 ‘스토리’다. 명인들이 간직해온 삶과 제품마다의 이유 있는 스토리가 ‘상품의 진정성’이라는 신뢰를 줬다. 지난해 5월 열린 첫 행사를 보완해 9월에는 4개점으로 1개 지점을 늘려 행사를 치렀다. 신비롭고 고급스런 제품 이미지를 위해 명인들은 현장 판매에 참가하지 않도록하고, 명절에는 선물세트를 구성해 판매했다. 체계적인 판매 전략 덕에 지난 2월 설날에 열린 행사는 첫해 대비 80% 이상의 매출을 신장할 수 있었다.

“명인명촌은 시기별로 행사의 성격이 다릅니다. 봄·가을에는 새로 발굴한 명인을 소개하고, 명절에는 선물세트를 판매하죠. 두 단계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냈으니 이제 고정 매장을 운영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현재 리뉴얼 중인 신촌점과 신규 오픈을 앞둔 일산 킨텍스점에 매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명인명촌만의 ‘색’을 찾다
디자이너 신동천·김성현

“안그라픽스에 주어진 임무는 ‘명인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명인명촌이라는 이름으로 아우를 수 있도록 디자인 하는 것’이었다”는 게 신동천 팀장의 말이다. “처음엔 명인 10명 정도의 브랜드를 디자인해주는 작업이었죠. 이어 개별 프로젝트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게 됐어요. 명인의 스토리를 강조하는 고 품질의 브랜드, 그게 바로 명인명촌이에요.”

다수의 명인을 한 브랜드로 묶는 일은 의외로 까다로웠다. 개성과 요구사항이 명인마다 달랐다. “이전 디자인을 그대로 쓰겠다는 명인도 있었어요. 그럴 경우 디자인의 통일감이 없어지죠.”

제품에 명인명촌 이름이 들어가는 걸 꺼리는 명인도 있었다. 결국 제품 디자인을 따로하고 그 위에 명인명촌이라고 적은 종이를 덧씌우는 형태로 나가기도 했다. 제품 포장만이 아니다. BI(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리플렛·라벨·홍보용 POP·매장 디스플레이까지 인쇄물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은 신 팀장과 김씨의 몫이 었다. 색상은 두드러진 것을 배제했고 서체는 너무 캐주얼하지 않으며 정갈한 느낌이 나는 것을 골랐다. 명인명촌 BI는 켈리그라프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제품에는 색을 썼지만 명인명촌 글자는 검정과 흰색으로 단순하게 마무리했다.

팔도유람하며 사진에 명인을 담다
사진작가 박병혁

박병혁씨는 7년째 우리나라의 장인을 찾아다니는 사진작가다. 전국을 돌던 박씨는 지역 곳곳에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인들처럼 그들도 찍어보려던 참에 명인명촌의 일을 맡았다. “장인은 대개 자신의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걸 알죠. 명인은 훨씬 소박해요. 맛있다고 말해도, 이런게 뭐 남들에게 알릴 만하냐고 겸손해 하죠. 그래서 더 매력을 느껴요.”

박씨는 장인도 그렇지만, 명인 역시 하루만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진 못한다. 명인이란 짧게는 10년, 길게는 2~3세대에 걸쳐 이뤄진 때문이다. 1명의 장인을 1년 동안 촬영했던 것처럼, 명인도 가능한 한 여러번 방문한다. “명인 김성주씨는 대학교수이면서 토골 미라는 쌀을 만드는 농사꾼이죠. 아주 순수하고 귀여운 분이에요. 그래서인지 토골미까지 귀엽게 보이더라고요. 그런 순수함에 끌려 1년 동안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진설명]1.명인명촌을 만든 공로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왼쪽부터 다리컨설팅 정학진 부장, 안그라픽스 김성현 디자이너,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이헌상 부장, 안그라픽스 신동천 팀장이다 2.사진작가 박병혁씨가 전국을 다니며 카메라에 담아온 명인들.사진은 1년에 걸쳐 찍은 토골미의 김성주 명인이다.

◈명인명촌=지식경제부의 지역연고산업 사업단을 지원하는 (주)다리컨설팅이 현대백화점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기획이다. ‘이야기가 있는 특산품과 숨겨진 명인’을 테마로 지역마다 ‘진정성’과 ‘명성’을 지닌 명인들과 이들의 특산품을 소개한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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