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북 순창 산골마을 '쌀 명소' 로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전북 순창군 동계면 현포리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앞 뜰에는 가마솥 두개가 걸려 있다.여기서 도정한 쌀로 곧바로 밥을 지어 현장에서 밥맛을 점검하기 위해서다.밥맛이 기대했던 것보다 떨어지면 그 쌀은 곧바로 쌀음료 공장,혹은 떡집 등으로 보내버린다.

동계면은 논 ·밭보다 산이 많은 전형적인 산악지대.그러나 이 같이 철저한 품질 관리에 힘입어 전북 김제 ·경기 이천 등 내로라하는 곡창지대 못지 않은 쌀 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요즘 같이 농촌마다 ‘넘치는 쌀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때 이곳 농협은 ‘팔 쌀이 없어 고민’한다.

동계농협이 일년동안 판매하는 쌀은 1만5천여t,2백50여억원어치에 이른다.이는 전국의 2백여 RPC농협중 세손가락 안에 드는 실적으로 농협중앙회로부터 ‘쌀판매선도농협’으로 선정됐다.

동계농협의 품질관리는 유별나다고 할 만큼 두드러진 데가 있다.이곳 RPC는 쌀을 쌓아두는 법이 결코 없다.주문이 들어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곧바로 가공한다.

24시간 이내에 신선도 높은 쌀을 배달하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정성탓에 동계농협서 나온 쌀을 한번이라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찰지다”며 다시 찾는다.

동계농협은 쌀 브랜드만 8개나 된다.‘초롱이슬미’ ‘EQ-2000’ ‘엄마야 누나야’ ‘무량쌀’ ‘쌀달래’‘행복여울’‘무량 25시’‘청결미’ 등등.자신의 이름을 가진 ‘얼굴있는 쌀’이라야 그만큼 정성을 더 기울이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다는 판매전략 때문이다.

최근에는 쌀 껍질에 청매실 진액을 입혀 코팅한 ‘초롱매실미’라는 새로운 기능성 쌀을 선 보였다.피로회복 ·성인병 예방 등 효능이 있고 씻거나 불릴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가진 이 매실미는 1㎏ 5천원,3㎏ 1만4천5백원,5㎏ 2만4천원 등으로 일반미보다 두배 높은 가격을 받는다.

농민들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질좋은 벼를 확보하는 것도 동계농협의 특징.좋은 품종을 골라 농약 ·비료를 덜 쓰게 하는 대신 높은 값을 쳐준다.올해의 경우 가마당 시가보다 6천원씩을 덧붙여 3만여가마를 계약재배로 사들였다.

동계농협은 쌀 외에도 밤 ·매실 ·은행 ·감 등을 농민들로부터 구매, 일년에 3백여억원의 매출을 올린다.이 때문에 대부분의 농협이 신용사업이 70∼80%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판매사업 비중이 70∼80%나 된다.

동계농협이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특히 22명의 전직원이 하나로 똘똘 뭉칠수 있도록 앞장서 뛰는 유광희(柳光熙 ·53)조합장의 공이 크다.

25살 때 기능직 트럭운전사로 농협일을 시작한 柳조합장은 “싣고 온 쌀을 다시 고향으로 가져갈 수 없으니 차리리 버리고 가겠다”며 공판장서 50여시간을 버티는 등 특유의 뚝심으로 경기미 아니면 감히 얼굴을 내미는 것조차 어렵던 수도권 등 전국의 주요 쌀 시장에 동계쌀을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왔다.

이 덕분에 그는 ‘쌀 판매왕’으로 뽑혀 50여차례나 크과 작은 상장을 받았다.

柳조합장은 “정직과 성실로 맨 처음이나 다름없는 좋은 품질을 유지해 온 것이 우리농협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며 “최근 타지역서 가격 덤핑 등으로 치고 나와 판매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럴수록 ‘최고 상품에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고품질 전략으로 승부를 걸 작정”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