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위기에서 기회 낚은 ‘긍정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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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세리가 17일(한국시간) 연장 세 번째 홀에서 감격적인 25번째 우승을 확정짓는 3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캐디와 포옹하고 있다. [앨라배마 AFP=연합뉴스]

17일(한국시간) LPGA 투어 벨마이크로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세리(33)는 대회 직전 승부 홀로 16번 홀을 찍었다.

박세리는 J골프 중계에 삽입하는 코스 공략법을 진행하는데 “16번 홀에서 현명하게 경기해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466야드의 파5인 홀로 짧지만 페어웨이 좌우로 거대한 벙커들이 도사리고 있다.

박세리는 “비교적 넓은 왼쪽 페어웨이를 공략하기 위해 티잉 그라운드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티샷을 하고, 핀이 왼쪽이더라도 함정이 없는 그린 오른쪽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자신의 전략을 정확히 수행해냈다. 그는 3라운드 내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반면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3라운드 이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했다. 14언더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글을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 파에 그쳤다. 페테르센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겠지만 4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이 홀에서 파에 그친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페테르센은 뒷심이 약한 선수로 분류된다. 올 시즌 유일하게 60대 타수(69.83)를 기록하고 있지만 우승이 없다. 2위만 세 번을 했다. 연장불패의 박세리와 플레이오프에서 맞서면 승산이 적다. 박세리는 연장전에서 6승무패 기록을 가졌다. 박세리는 “이유는 모르지만 연장전에 가면 마음도 편해지고 샷감도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3라운드까지 13언더파를 기록해 페테르센, 브리트니 린시컴과 연장에 들어갔다. 페테르센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잡아당겨 보기를 해 탈락했다.

연장불패 박세리의 진가는 마지막 홀이 된 연장 세 번째 홀(18번 홀)에서 분출됐다. 박세리의 티샷은 오른쪽 벙커에 빠졌고 린시컴은 페어웨이에 공을 올려놨다. 박세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오른쪽 벙커 쪽에서는 페어웨이보다 그린을 공략할 각도가 좋고, 벙커에서는 스핀이 더 잘 걸려 공을 세우기가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벙커에서 6번 아이언으로 핀 3m에 붙였다. 그러자 린시컴이 흔들렸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렸다. 린시컴이 샌드세이브에 성공했지만 박세리는 버디 퍼트를 쑥 집어넣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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