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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공백' 의원외교 가동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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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중국.러시아.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 대한 의원외교협의회가 곧 구성된다. 협의회 회장을 어느 당이 맡느냐를 놓고 지루하게 진행되던 여야 간 협상이 타협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개원 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한.일 의원연맹이 구성된 일본을 제외하고, 주요 국가와의 '의원외교'가 실종된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아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의원 대표가 동행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여야는 지난 8일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담에서 협의회의 조속한 구성에 합의한 뒤 협상 속도를 높여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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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한.미, 한.러시아 의원협의회는 열린우리당이, 한.중, 한.유럽연합(EU) 의원협의회는 한나라당이 회장을 맡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당은 다음주에 이런 협상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4년 임기의 회장직은 대상국에 대한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선망의 대상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은 특히 한.중 협의회 회장 자리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양당이 완강하게 자기 당에서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나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열린우리당은 "중국이 사실상 1당체제이고 중요도 등을 감안할 때 당연히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미국을 넘겨준 이상 중국은 우리에게 양보해야 하며 그것이 '초당 외교'정신에도 맞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특히 김덕룡 원내대표가 적극 나서 여당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진 것을 여야 모두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각 협의회의 회장들도 윤곽이 드러났다. 우선 한나라당 몫은 사실상 확정됐다. 한.중 협의회는 김덕룡 대표(5선)가 회장을 맡기로 했다. 김 대표 측은 "10여년 동안 세계한인상공인연합회 이사장직을 맡으며 해외동포 지원사업을 벌여왔고 중국 인민외교학회 등과도 교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한.EU 협의회 회장은 김 대표와 같은 5선의 강재섭 전 최고위원이 내정된 상태라고 남 수석은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최종 결정은 안 됐지만 내부 교통정리가 끝나가고 있다.

최대 의원협의회로 관심이 쏠린 한.미 협의회 회장에는 당내 대표적인 미국통인 유재건 국회 국방위원장(3선)이 확정적이다. 당 관계자는 "다음달 미국에 파견할 여야 공동 방미대표단 단장인 김혁규 상임중앙위원도 검토됐지만 국회 및 외교경험 등을 고려, 유 의원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한.러 협의회는 4선의 장영달 전 국방위원장이 유력하다. 여야는 나머지 76개 국가와의 의원친선협회 구성도 빨리 마무리짓기로 했다. 한편 한.일 의원연맹(회장 문희상 의원)은 2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17대 국회 들어 첫 합동총회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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