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디자인’으로 헤어드라이어 스타일 확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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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하이테크가 도무지 필요 없을 듯한 소형가전 시장을 중국산이 휩쓸 것으로 알기 쉽다. 헤어드라이어도 그런 품목 가운데 하나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만큼은 다르다. 이용·미용 기기 분야 1위는 토종 중소업체인 유닉스전자다.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른다. 세계 시장에서도 약 25%의 점유율로 3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 박인성(57·사진) 사장은 “오늘날의 저력은 기술력과 품질 제고 노력에 더해 확연히 차별화되는 제품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1978년 창사 이래 유닉스전자의 경영철학은 ‘품질엔 타협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구호 아래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내구성을 키우고, 음이온 배출 드라이어, 전자파 차폐 기능 등 새 기능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여 유행을 주도했다.

디자인을 강조하기 시작한 건 2007년 박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되면서부터다. CJ올리브영 대표였던 그는 “생활가전뿐만 아니라 이·미용 가전도 디자인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디자인에 힘을 쏟았다. 그의 명함에도 최고경영자(CEO)라는 직함 대신에 ‘비즈니스 디자이너(Business Designer)’라고 쓰여 있다. 내구성이 좋다 보니 고객들이 한번 헤어드라이어를 사면 너무 오래 썼다. 매출 성장의 정체를 타개할 방법은 참신한 디자인뿐이었다. 좀더 ‘예쁜’ 헤어드라이어를 갖고 싶어 하는 여심을 자극해야 했다. 이·미용 기기 업계 처음으로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한 것이 첫 단추였다. 기술력과 기능에 초점을 맞춘 기존 전략에 스타일을 보강하기로 한 것이다. 또 사내 복장을 자율화하고, 파마나 염색을 권장하는 등 기업문화를 유연하게 바꿨다.

이런 노력 끝에 나온 제품이 헤어드라이어의 두 측면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크리스털라이즈드 헤어드라이어’다. 이 제품은 미국 할리우드 스타인 패리스 힐턴의 눈에도 들었다. 이에 따라 2008년 힐턴의 회사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최근 선보인 ‘잇츠매직 아트(It’s magic art)’ 헤어드라이어 2종은 단숨에 미용업계에서 화제 상품으로 떠올랐다. 유명 일러스트 작가인 황성순·이창우의 작품을 헤어드라이어 윗면에 도입한 것이다. 박 사장은 “한층 고급스럽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닉스전자의 디자인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와 산학 협력을 통해 좀 더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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