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 '원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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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출범할 통합거래소의 이사장 선임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추천한 3명의 후보가 줄줄이 사퇴함에 따라 재추천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3명의 후보 중 정건용 전 산은총재가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그만뒀다"면서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도 통합거래소 추진 주체여서 자격이 안 맞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사퇴 배경에 대해 "3배수 추천된 후보들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워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한 뒤 "후보추천위에서 새로운 후보를 다시 추천할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건용 전 총재는 이에 대해 "사퇴 이유를 물어보지 말라"고만 짤막하게 답했으며, 강영주 이사장도 "아무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적 성격을 띤 민간기관의 공모 절차가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문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소식을 접하자 증권거래소 노조는 "청와대와 재경부가 자리 다툼을 벌이다가 자기들이 내세운 인물이 선임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사장 후보 추천을 아예 백지화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7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들은 3명의 후보 모두 면접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이사장 직에 의욕을 보였던 터라 돌연한 사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추천위원은 "특정 인사를 뽑아 달라는 유무형의 압력은 있었지만 추천은 공정했다"면서 "후보들이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뒀겠나. (인사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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